이 모양은 어떤 물체를 두 손으로 들어내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貴’는 원래 ‘들어내다, 들어 올리다’라는 뜻에서 출발하여, ‘다른 것과 달리 들어 올려진 상태, 선택된 상태’, 즉 ‘고귀하다’라는 의미로 변한 것이다. 이와 같이 ‘貴’가 원래 ‘들어내다’의 의미라는 사실을 알면 다음과 같이 ‘貴’자가 들어간 한자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궤(궤)’는 ‘심 과 ‘貴’로 구성된 글자다. ‘심’은 ‘心(심)’과 동일한 글자로서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궤’는 ‘마음을 들어낸 상태’를 나타내는 ‘어리석다’의 의미를 갖는다.
‘潰(궤)’는 ‘수 와 ‘貴’로 구성된 글자다. ‘수’는 ‘水(수)’와 동일한 글자로서 ‘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潰’는 ‘물로 들어내는 것’을 나타낸다. ‘潰’의 의미는 ‘무너뜨리다, 궤멸시키다’인데, 이는 물로 어떤 대상을 휩쓸어 버리는 것을 나타낸다. 崩潰(붕궤)시키다와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遺(유)’는 ‘착(착)’과 ‘貴’로 구성된 글자이다. ‘착’은 ‘천천히 가다’라는 뜻이므로 ‘遺’는 ‘들어낸 것을 가지고 천천히 가다’를 나타낸다. 사람은 들어낸 것을 가지고 가서 어디에 두게 된다. 이에 따라 ‘遺’의 뜻은 ‘조금 떨어진 곳에 두다’가 된다. ‘조금 떨어진 곳에 두다’라는 행위는 ‘잘 두는’ 것도 나타내지만 ‘내버려 두는’ 것도 나타낸다. ‘遺’의 뜻에는 ‘두다, 남기다, 남겨서 전하다’ 등이 있다. ‘남기다, 남겨서 전하다’는 ‘잘 두다’에서 나온 의미이고, ‘버리다’는 ‘내버려 두다’에서 나온 의미이다. 예를 들면 ‘遺産(유산)’은 ‘남겨 놓은 재산’이라는 뜻이므로, 이 ‘遺’는 ‘잘 두다’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