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비구니,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 원불교의 교무 등 종교를 초월한 여성 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三笑會) 소속 수도자들이 종교 화합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다음 달 세계 곳곳의 종교 성지를 순례하는 여정에 오른다.》
삼소회 회원 20명은 다음 달 6일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지(大覺地)인 전남 영광 성지 순례를 시작으로 인도 바라나시에서 티베트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런던에서 세계성공회 지도자인 캔터베리 대주교를 각각 친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어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 성지와 이슬람 성지를 순례한 뒤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하고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삼소회는 1988년 10월 서울에서 세계장애인올림픽대회가 열렸을 때 불교 가톨릭 원불교의 여성 수도자 90여 명이 개천절 여성수도자 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장애인올림픽 선수촌에 전달한 일을 계기로 결성됐다. 삼소회는 1991년 시화전으로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도왔고 1999년에는 ‘북한 어린이 돕기 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평양에 직접 가서 전달하기도 했다.
그 후 삼소회는 테러도, 반(反)테러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종교전쟁의 현실에서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종교 간의 화합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고 2001년 3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절과 성당 교당을 오가며 명상과 기도모임을 가져 왔다. 그러면서 각 종교 성자의 탄생지, 대각지, 교화 순교지 등 성지를 함께 찾아다니며 다른 종교가 지닌 가치와 능력을 깨달아 서로 더 깊이 존중하고 사랑하는 조화의 정신을 꽃피울 계획을 세웠고 기도 모임이 만 5년이 되는 2월에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초창기부터 삼소회를 이끌어 온 원불교 김지정(67) 교무는 “한국에서 발아한 종교 간 대동 화합의 싹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기를 기원하는 사명을 갖고 순례 길에 나선다”며 “우리의 걸음마다 인류 평화의 꽃이 피어나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순례 중 지난해 10월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파키스탄-인도 접경 카슈미르 지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이재민에게 전달할 성금을 접수 중이다. 계좌번호: 189-18-23637-2(외환은행), 예금주: 정혜린(삼소회). 031-969-4736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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