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神이 주신 선물 ‘시간’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꼬마 시절, 처음 시계를 보는 법을 배울 때 진땀 나던 기억이 난다. 초침이 한 바퀴 돌아서 분침이 조금 움직이고, 분침이 또 한 바퀴를 돌아야 시침이 움직이는 그 법칙이 처음 배울 때는 어찌나 힘들고 어렵던지….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보는 시계는 거의가 디지털시계다. 그냥 숫자로 정확하게 ‘10:35’라고 찍혀 나오기 때문에 아라비아 숫자만 읽을 줄 알면, ‘10시 35분’을 읽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초침 분침 시침이 있는 아날로그시계가 어쩐지 더 정이 간다. 아날로그시계를 보고 있으면 그것이 담고 있는 시간에 대한 깊은 메시지가 있다.

첫째, 자연의 모든 것과 같이 시간은 정직한 덧셈이다. 초(秒)가 60번 모여야 분(分)이 되고, 분이 60번 모여야 시(時)가 되고, 시가 24번 모여야 날(日)이 되고, 날이 모여서 달(月)이 되고, 달이 12번 모여서 한 해(年)가 된다. 적당히 흘려보낸 몇 초, 몇 분이 모여서 낭비한 인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시계는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아날로그시계는 12시간을 돌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하루는 12시간의 두 번 반복이다. 시간은 언젠가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을 의미한다. 영어로 혁명을 ‘레벌루션(revolution)’이라고 하는데, 시곗바늘이 한 바퀴 원을 도는 것 또한 ‘레벌루션’이라고 한다. 옛것을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고 해도, 역시 원점이다. 새벽이 오기 전에 어둠이 가장 짙어지듯이 끝도 절망은 아니며, 시작도 자만할 수 없다.

그런데 디지털시계는 그냥 덩그러니 현재의 시간만 디스플레이해 줄 뿐이다. 이 현재의 시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마치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과 같다.

“시간은 분명히 만드신 하나님이 계시고, 그분은 인간에게 선물로 이 시간을 주셨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너무나 공평하고 무게 있는 선물 앞에서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기도하면서, 정성스럽게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리라.”(‘시간의 마스터’ 중에서)

한홍 온누리교회 목사·트리니티 리더십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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