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업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Identity Design·심벌마크 또는 로고)을 나열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문자보다 일종의 그림인 심벌 마크와 로고를 통해 직관적으로 해당 기업을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힘이다.
기업 아이덴티티(CI)는 기업의 정신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며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자긍심을 심어 준다.
김현(56·사진) 디자인파크 대표는 이 분야에서 30여 년 노하우를 쌓아 온 디자이너다.
○‘호돌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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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운영하는 디자인파크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1983년), 신한은행(1988년), BC카드(1989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1993년), 국민은행(1995년), 서울시(1997년), 서울은행(2000년), 교보생명(2001년) 등 20여년간 눈에 익은 수많은 기업과 공공 기관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도 프레젠테이션 경쟁에서 승률 90%가 넘을 만큼 국내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아이리버, EBS, KOTRA, 아리랑TV, 우림건설, 평창 동계올림픽의 아이덴티티가 최근 2년간 디자인파크가 선보인 작품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김 대표가 만든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전철(티머니)을 타거나 카드(BC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아파트(금호 어울림, 자이)를 지나거나 TV(EBS, 온미디어, 아리랑TV)를 보다가도 그리고 경기장(LG트윈스, 삼성라이온즈)에서도 그가 디자인한 로고를 보게된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마음 맞추기
김 대표가 오랫동안 정상을 지켜온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발빠르게 대응해 온 덕분이다. 1980년대의 CI와 1990년대의 그것이 크게 다르고, 2000년대도 다시 크게 바뀌었다.
디자인 스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나 라이프 스타일도 바뀌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CI를 리뉴얼한다.
김 대표는 “요즘은 변화의 기간이 더욱 짧아졌다”고 말한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그도 스스로에게는 물론 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한다.
또 다른 비결은 기업과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능. 기업의 활동은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CI는 짧은 기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압축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기업의 역사와 정신을 몇 개의 선과 색만으로 절제해 단순하게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현재의 트렌드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 뒤의 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김 대표는 아이덴티티 작업을 “마음 맞추기”로 표현한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맞춘다. 그가 기업 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비전은 무엇인지 읽어내야 하고 소비자와도 마음을 맞춰야 한다. 작은 심벌이나 로고에 불과하지만 김 대표가 하는 일은 기업과 소비자의 마음을 맞추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인간미가 깃든 디자인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년간 대우 기획조정실 제작팀에서 CI와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관여해 왔다. 당시 김우중 회장이 디자인에 관한 전권을 맡길 정도로 제작팀은 인정받았다.
1983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지명 공모전에서 ‘호돌이’로 당선된 뒤 그는 독자적인 디자이너로 나선다. ‘호돌이’ 아빠로 인정받기 시작하자마자 일이 쏟아졌고 1984년 디자인파크를 설립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그는 너그러운 인품과 정직한 경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디자인에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도 그 성품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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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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