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辯不言(대변불언)’이라는 말이 莊子(장자)에 나온다. ‘大(대)’는 ‘크다, 위대하다’라는 뜻이다. ‘辯(변)’에 있는 두 개의 ‘辛’은 ‘낫이나 도끼와 같이 나무 등을 다듬는 날카로운 도구’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辯’은 ‘날카로운 도구로 잘 다듬어진 말’이라는 뜻이 된다. ‘辯護(변호)’는 ‘잘 다듬어진 말로 보호하다’라는 말이고, ‘辯論(변론)’은 ‘잘 다듬어진 말로 논리를 펴다’라는 말이다. ‘辯’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훌륭한 말, 좋은 말’이라는 뜻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大辯’은 ‘위대한 말, 훌륭한 변론’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不言’은 ‘말하지 않는다’지만, 여기서 출발해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위의 내용을 합치면 ‘大辯不言’은 ‘위대한 주장, 위대한 변론은 말로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된다. 왜 말로 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의 언어는 부정확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大辯不言이다’라고 생각하며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대개 가슴으로 말하거나 행동으로 보여 준다. 이것이 아마도 莊子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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