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광고를 보다 혼자 한동안 웃었다. 명절에 기름진 음식이 지겨워 매콤한 음식이 당기는 시어머니 앞에서 “여보! 낙지볶음은 자기가 최고잖아”라고 외치는 당돌한 며느리의 모습을 그린 광고였다. 웃은 이유는 1년 중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명절이라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지혜롭게 대처하는 신세대 주부의 ‘설득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어서였다.
‘설득(說得)’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여러모로 설명하여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알아듣게 함’이라고 돼 있다. 좀 더 쉽게 풀어 보면 ‘說(설)’, 즉 말을 통해 ‘得(득)’, 이익을 취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타인을 설득하여 내 편으로 만드는 능력은 오늘날 직장인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고 있다.
나도 모르게 광고 속 에릭과 이효리가 말하는 제품에 먼저 손이 가거나 음료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나의 입맛이나 취향과는 다르지만 광고 속 가수 비가 나온 제품을 잡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설득의 심리학’에는 이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다. ‘칩칩’ 소리에만 어미노릇을 하는 칠면조나 가슴에 꽂힌 빨간 깃털을 보면 공격을 개시하는 수컷 참새처럼 단순한 행동과 말 중에 사람을 움직이는 심리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천 년 동안 인간사회에서 형성된 불문율에 기초하고 있다.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참여적 관찰법으로 설득의 기술을 모았다. 백과사전의 판매 방법이 알고 싶으면 그 회사의 판매원으로 취직하는 것이다. 그렇게 직접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심리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법칙을 정리했다.
“저번에 네가 샀으니 오늘은 내가 살게” 빚지고는 못 사는 심리인 상호성의 법칙, 일단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심리인 일관성의 법칙, “얼마 없습니다!” 마감이나 한정 판매 등을 앞세워 관심을 끄는 희귀성의 법칙 등 읽다 보면 ‘아, 내가 이렇게 설득 당하고 있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난다.
우리는 “예”라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낙오될 수밖에 없는 ‘설득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것은 비단 세일즈맨, 광고업자 등 설득하는 능력에 생계가 달려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회의, 협상, 신상품 발표 등 상대를 설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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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와 넘쳐 나는 정보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더욱 다양한 의사결정을 요구할 것이며 무의식적인 승낙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인간 심리 안에 내재된 자동화된 승낙을 끌어내는 방법과 그 이유를 이해해야 할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빨리 절판되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독자의 서평처럼 당신도 이 책을 읽는 순간 누군가가 설득의 심리학을 알고 있지나 않을지 고심하게 될 것이다.
유진형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硏·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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