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자 KBS 2TV ‘추적 60분’(오후 11시 5분)은 ‘우크라이나 실태 보고-국적 없는 고려인’ 편을 방영했다. 신년기획으로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에 살던 고려인들이 15년 전 옛 소련이 해체되자 정치적 박해와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땅이 비옥한 우크라이나로 이주한 뒤 무국적으로 살아가는 실태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기대와는 달리 곳곳에서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같은 피를 나눈 동포들이 왜 우크라이나 오지에 흩어져 움막집에 숨어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이들은 유효한 여권을 갖고 있지 않다. 장 알렉산더와 탄야 가족의 인터뷰에 나오듯 이들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옛 소련 여권을 갖고 있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취업도 못한다. 여권을 재발급 받으려면 원래 살던 나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들은 여비조차 없다.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개, 고양이와 놀아야 한다.
‘추적 60분’ 제작진의 강한 사명감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에서 12시간이나 차를 달려 숨어 사는 고려인을 찾아내기란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추적 60분’은 의제 설정에는 실패했다. 고려인들의 절망적인 삶에만 치중해 다루다 보니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 등을 좀 더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또 같은 뿌리를 가진 동포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이들을 방치하는 데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추적 60분’이 인터뷰 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적어도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고위 간부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듣는 내용을 방영했어야 했다.
심층보도는 감정보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어야 의제로서 살아난다.
김우룡 교수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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