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3집 ‘더 드림 오브 헤븐’ 내놓는 김형중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12분


박영대 기자
박영대 기자
○ 1993년… 테크노 소년

무대를 ‘놀이터’로 여기는 듯한 스무 살 청년이 있었다. 테크노 음악에 맞춰 무대를 뛰어다니다 보면 그의 마이크 스탠드는 이미 무대 한쪽 끝에 찌그러져 있을 정도였다. 그는 ‘각자의 길’, ‘넌 남이 아냐’ 등 테크노 댄스로 인기를 얻었던 3인조 테크노 그룹 ‘EOS’의 보컬 김형중(33·사진)이었다.

그러나 1996년부터 5년간 그는 ‘놀이터’를 찾지 않았다. 그룹 해체 후 “솔로 가수로 키워 주겠다”는 음반 제작자들의 제안은 모두 ‘돈이 되는’ 대중적 발라드 일색이었다. 일언지하에 모든 제안을 거절했던 그의 고집을 꺾은 것은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유희열이었다.

“저도 ‘한 고집’ 하는 사나이였는데…. 희열이 형 말 듣고 ‘토이’ 5집에 참여해 부른 ‘좋은 사람’이 히트를 하더라고요. ‘고집이 능사는 아니구나’ 깨달았죠. 테크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답니다.”

○ 2006년… 발라드 가수

그가 솔로 발라드 가수가 된 지 벌써 3년째. “테크노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옛 투정은 잊었다. 그러나 긴장감은 ‘EOS’ 시절의 몇 배다. 혼자 무대를 채워야 하는 부담에다가 솔로 1집과 2집의 연이은 성공이 가져오는 역설적인 압박감…. 다음 주 발매 예정인 3집 ‘더 드림 오브 헤븐’이 1년 8개월 만에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3집 작업 시작하자마자 1집 히트곡 ‘그랬나봐’를 작곡한 유희열 씨와 2집 타이틀 곡 ‘그녀가 웃잖아’를 만들어 준 황세준 씨를 찾아갔는데 두 분 모두 내뺐어요. 한참을 고심하더니 ‘도저히 전작보다 나은 곡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며 손사래 쳤죠. 결국 제가 나설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가 프로듀싱한 3집은 1집과 2집을 적절히 섞어 놓은 ‘짬짜면’ 같다. ‘김형중 표’ 발라드가 있는가 하면 일렉트릭 기타 현이 으르렁거리는 록도 있다. 또 록과 스윙 재즈를 섞어 만든 자작곡 ‘별은 니 가슴에’ 같은 새로운 곡도 있다.

그는 수록곡 12곡 중 6곡의 가사를 썼다. 타이틀 곡 ‘가슴이 소리쳐서’는 1집 히트곡 ‘그랬나봐’의 2탄 격이라 할 만큼 서정적인 감성을 이어간 곡. ‘사실 말야…’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준 정직한 창법이 아닌 떨리듯 흐느끼는 목소리로 그리움을 노래했다.

“두 곡 모두 헤어진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한 남자의 얘기예요. 저도 9년을 만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이유도 모른 채 헤어졌어요. 참 고집스럽게 사랑한 사람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바보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그리워지고…. 생각해 보니 주인공이 바로 저더군요.”

○ 2016년… 음악은 언제나 도전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그는 “벌써 다음 음반을 걱정하고 있다”며 거침없이 ‘EOS’ 얘기를 꺼냈다.

“다음은 ‘EOS’의 새 음반이 될 것 같아요. 새 멤버를 영입해 테크노 댄스가 아닌 록 테크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슬픈 발라드를 부르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테크노 음악에 몸을 흔들려고 해요. 솔로도 하다가 테크노 그룹도 하는….”

무대를 마구 뛰어다니기는 했지만 “사실은 ‘무대 공포증’ 때문에 관객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는 13년 전의 심약함은 이제 김형중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무대에 굶주린 한 마리의 사자가 어울리겠다.

“1년 8개월을 쉬었으니…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이제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파닥거릴 시간이랍니다. 10년 후도 마찬가지고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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