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2 백발의 지휘자가 신들린 듯 지휘봉을 휘젓자 80여 명의 연주자들이 가야금을 뜯고 북을 두드린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운명’. 최근까지 방영된 LG의 기업 광고 ‘싱크 뉴-국악 편’의 장면이다. 중앙대 박범훈(58) 총장이 편곡한 이 곡에 대해 “음악 파일을 구할 수 없느냐”는 누리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악이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 드라마, 영화, 광고 등 현대인의 일상과도 같은 매체들을 통해 가야금이나 징 북 대금의 소리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화면 속 국악기는 더는 홀로 고고하지 않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첼로 등 양악기들과 어우러져 ‘퓨전 국악’을 창조해내고 있다.
● 국악을 눈으로 본다… 화면 속 우리 음악
11일 처음 방송되는 MBC 수목 드라마 ‘궁’은 한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드라마. 송병준(46) 에이트 픽스 대표와 8인조 월드뮤직 그룹 ‘두번째 달’이 음악을 맡아 ‘국악의 월드뮤직화(化)’를 이뤄냈다.
송 대표는 “주연급 연기자가 젊어 이들의 경쾌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국악 자체를 리듬감 있는 월드뮤직으로 승화시켰다”며 “선율은 한국적이지만 이를 아이리시 휘슬이나 만돌린 등으로 연주해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영된 모 샴푸 광고에서는 파헬벨의 ‘캐넌’을 가야금 삼중주로 연주한 곡이 사용됐다.
● 새로움으로 평가받는 21세기 국악
음악 평론가들과 드라마나 영화 광고 음악 담당자들은 최근의 화면 속 국악 인기에 대해 △국악을 ‘우리 음악’이 아닌 ‘월드뮤직’이나 ‘제3세계’ 음악으로 받아들이는 젊은 청중들이 생겼고 △전 세계적으로 ‘크로스오버’ 열풍이 불고 있으며 △드라마 영화 광고 등에서 남발되는 서양음악과 차별화되는 것이 강점이라고 분석한다.
송 대표는 “록이나 힙합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국악이 표현해 주고 있으며 이는 구미 국가에서 불고 있는 월드뮤직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악평론가 윤중강(47) 씨는 “중요한 것은 무조건 국악기로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타나 드럼 등 양악기나 현대악기와 접목시킴으로써 국악이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월드뮤직으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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