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도 없는데 왜? 뜨나…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인기비결

  • 입력 2006년 1월 12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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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전개가 느려, 설정도 황당하고 유치해, 근데 왜 뜨는 거지?”

“말이 안 되는 내용인 것 같은데 뒷얘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돼.”

SBS ‘하늘이시여’(토 일 오후 8시 50분)는 방송 시작 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주인공의 등장은 진부하고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다는 설정은 패륜적이라는 것이었다. 주인공도 모두 신인이어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0일 첫 회 시청률 12.1%로 시작한 ‘하늘이시여’는 1일 26.3%를 기록했다. 등장 인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면 시청률이 더 올라 30%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얽히고설킨 이야기 푸는 작가의 힘=친딸을 며느리로 맞거나 알고 보니 사돈이 친인척 관계였다는 등의 설정이 억지스러워 처음부터 뒷말이 많았다. 14명이나 되는 주요 인물의 관계가 너무 얽혀 있어 초반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제작진과 시청자들은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힘이 있다고 평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각각의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입할 수 있도록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친딸 자경(윤정희)을 며느리로 맞으려는 영선(한혜숙)의 행동은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고 싶은 애틋한 모성으로, 자경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예리(왕빛나)의 비정상적인 표독함은 왕모(이태곤)를 향한 사랑의 좌절감으로, 더 큰 공감을 자아낸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이끄는 캐릭터의 힘=삼각관계를 이루는 주인공인 자경, 왕모, 청하(조연우)는 모두 신인이어서 초반 흥행을 좌우하는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자경을 비롯한 주연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 신인들의 경험 부족이 상쇄됐다는 평이다.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자경은 양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뒤 두 번째 양부모 밑에서 자란다. 집안이 망해 대학을 중퇴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나서는 불우한 인물.

하지만 고난의 세월과 주변의 질투를 감내하기만 하는 청순가련형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면모도 보인다. 왕모에게 ‘작업’을 걸다가 실패하자 자신에게 억지를 부리는 예리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타이른다. 임 작가의 역대 드라마 여주인공도 이와 비슷했다.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 ‘왕꽃선녀님’의 초원(이다해)은 여려 보이지만 불행한 운명을 뚫고 나가는 강한 캐릭터다.

▽감칠맛 나게 하는 ‘상상의 힘’=이야기의 중심축인 자경과 왕모의 관계는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대신 영선과 은지(김영란), 홍파(임채무) 등 중년배우의 삼각관계, 영선 시어머니(정혜선)와 홍파 어머니(반효정)의 관계, 예리의 동생인 이리(강지섭)의 중성적 모습 등 곁다리 이야기를 잔뜩 풀어놓는다. 그만큼 일상생활에 대한 묘사가 풍부해 극 중 현실이 실제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거의 매회 등장하는 ‘상상’ 장면도 극 전개의 지지부진을 보충하는 감초로 꼽힌다. 상상 장면이 자주 반복돼 식상하다는 평도 있지만 시청자에게는 ‘이게 뭐야’라는 엉뚱함과 신선함을 주고 향후 이야기 전개의 복선도 깐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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