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세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과 전성일 소아정신과 원장의 분석을 바탕으로 ‘나니아 연대기’에 대해 2가지 핵심 질문을 던져 본다.
① 장남과 차남은 왜 싸울까?=사사건건 장남인 피터와 대립하던 차남이자 셋째인 에드먼드는 결국 남매를 배신하고 얼음마녀와 손을 잡는다. 이런 장남과 차남의 갈등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 권력과 힘을 독점하고자 하는 수컷의 속성상 장남과 차남은 갈등을 벌인다. 장남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수구적 입장을 갖는 반면 차남은 무의식적으로 형의 권위를 탐하면서 변화와 혁명을 꾀하기 때문. 에드먼드가 마녀에게 “나를 더 크게 만들어 줄 수도 있나요?” 하고 요구하는 것도 형을 능가하는 권위와 몸집을 갈망하는 이른바 ‘빅 콤플렉스(Big Complex)’를 반영하는 것이다.
피터와 에드먼드의 갈등은 아버지가 사망한 뒤 가족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다투는 형국. 집에 포탄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사진을 갖고 나오기 위해 집안으로 뛰어드는 에드먼드의 모습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부권에 대한 강한 집착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②남매들은 왜 차남 에드먼드를 ‘왕따’ 시킬까=영화 속에서 맏이인 피터와 둘째이자 장녀인 수전, 그리고 막내딸 루시는 말썽쟁이 셋째 에드먼드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급기야 에드먼드가 마녀의 유혹에 빠지자 그와 일제히 대립각을 세운다.
이런 ‘왕따’는 남매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사실. 어떤 집단이든 갈등 가능성이 가장 적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의 경우는 보통 ‘권위 있는 아버지-자애로운 어머니-순종적인 자녀’로 이뤄지는 삼각형 구조가 가장 안정적인 구조. 아버지가 사망했고 어머니와는 멀리 떨어져 사는 이들 남매로서는 일종의 ‘대안(代案) 가족’을 이룸으로써 안정된 삼각형 구조를 이루려고 한다. 장남 피터는 ‘아버지’, 장녀 수전은 ‘어머니’, 막내 루시는 ‘딸’이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갖게 되는 것. 변화를 추구하고 유혹에 약한 셋째 에드먼드는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사실, 에드먼드는 나머지 남매들이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 남매들은 늘 “에드먼드가 문제야”라고 불평하면서 ‘왕따’ 시키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그에게 돌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들 사이에 견고한 결속을 만든다. 에드먼드는 남매들에게 ‘공공의 적’이 됨으로써 자신을 제외한 남매 사이에 평화를 유지시켜 주는 일종의 ‘희생양’인 셈.
만약 에드먼드가 개과천선한다면 남매들은 영원히 행복할까?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알코올 중독이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술을 끊는다고 해서 나머지 가족이 행복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가족 내 문제의 원인을 돌리는 ‘희생양’이 사라져 버림으로써 나머지 가족 간에 새로운 갈등이 싹트거나 의외(?)로 우울증을 새롭게 앓게 되는 가족 구성원이 적지 않게 생겨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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