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이다. 혼혈인 문제를 ‘나 몰라라’ 식으로 방치하고 있는 정부가 통계를 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혼혈인 관련 단체는 국내 혼혈인 수를 1만5000여 명으로 추산했으나 다른 한 혼혈인 단체는 최소한 7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짐작할 정도로 편차가 크다.
정부는 1970, 80년대 혼혈인 ‘분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폈다.
6·25전쟁 직후 태어난 혼혈인이 성인이 됐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자 1978년 3월 박정희(朴正熙) 당시 대통령은 혼혈인의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혼혈인 해외입양 및 취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13세 이하 혼혈 아동에 대해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아동사회복지회 등 입양 알선 기관을 통해 해외 입양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13세를 넘긴 혼혈인의 호적 나이를 고쳐 해외 입양을 알선하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실제로 1980년에 16세이던 혼혈인의 나이를 13세로 고쳐 미국으로 입양시킨 사례도 있다.
14세 이상 혼혈인에 대해서는 1979년 경기 화성시에 ‘혼혈인직업훈련소’를 세워 자동차 정비, 용접, 봉제기술 등을 가르쳐 해외 취업을 알선했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혼혈인에 대한 병역 면제 혜택은 혼혈인의 군대 부적응과 따돌림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해외 취업에 병역의무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는 혼혈인 분리 정책의 하나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올해부터 원하는 혼혈인은 군대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1978년부터 실시한 일부 혼혈인에 대한 생계비 및 학비 지원을 1998년 중단했다. 1998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혼혈인은 이 제도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혼혈인 관련 지원 정책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팀 관계자는 “국제결혼으로 혼혈인이 많이 늘어 지원책을 개발하려고 했으나 예산 문제로 손이 묶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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