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山不辭土石(산불사토석)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31분


산은 왜 높은가? ‘山不辭土石(산불사토석)’이라는 말이 있다. ‘산은 한 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고, 한 개의 돌이라도 사양하지 않으므로 높다’는 말이다.

‘山(산)’은 ‘산’이라는 뜻이고, ‘不(불)’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辭(사)’는 ‘사양하다, 떠나다’라는 뜻이다. 직장을 떠날 때 내는 ‘辭表(사표)’는 ‘사양하고 떠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이라는 말이다. ‘表(표)’는 시나 수필과 같은 문장의 한 종류이다. ‘退(퇴)’는 ‘물러나다’라는 뜻이므로 ‘辭退(사퇴)’는 ‘사양하고 물러난다’는 뜻이 된다. ‘職(직)’은 ‘직장, 직무’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辭職(사직)’은 ‘직장이나 직무를 사양하고 물러난다’는 뜻이다. ‘讓(양)’은 ‘양보하다’라는 뜻이므로 ‘辭讓(사양)’은 ‘사양하고 양보한다’는 뜻이다.

‘土(토)’는 ‘흙’이라는 뜻이고, ‘石(석)’은 ‘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山不辭’는 ‘산은 사양하지 않는다’가 되고, ‘山不辭土石’은 ‘산은 흙과 돌을 사양하지 않는다’가 된다. 이 말은 곧 ‘산은 한 줌의 흙일지라도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한 개의 돌이라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높은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 말은 管子(관자)라는 책에 나온다. 管子는 이 말을 통하여 ‘우리는 너무나 사람을 가려서 만나지 않는가? 나에게 이익을 줄 만한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고 있다. 큰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을 가려서 만나는 사람에게는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열고, 지금은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지금은 부귀하지 않은 사람도 받아들여보자고 管子는 말한다. 管子에는 ‘山不辭土石’이라는 말 뒤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총명한 군주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많은 사람이 모인다’라고.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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