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閣(각)’은 ‘門(문)’과 ‘各(각)’이 합쳐진 자이다. ‘各’의 최초의 의미는 ‘다다르다’이다. 그러므로 ‘閣’의 기본적인 의미는 ‘다다르는 문’이 된다. 고대에 사람이 도착하여 바라볼 수 있는 대문을 가진 건물은 관청이었다. 따라서 ‘閣’은 ‘관청, 큰 건물’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나중에는 ‘궁전’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다. ‘閣下(각하)’라는 말은 국가원수를 부르는 존칭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궁전의 아래’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궁전의 아래에서 뵈옵는 당신’이라는 뜻이다. 황제를 부르는 陛下(폐하)라는 말은 ‘돌계단 아래에서 뵈옵는 당신’이라는 뜻인데, 이는 ‘陛(폐)’가 ‘돌계단’이라는 뜻을 갖기 때문이다. ‘殿下(전하)’의 ‘殿(전)’은 ‘궁전’을 의미하므로, 이 말은 ‘궁전의 아래에서 뵈옵는 당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閣’은 ‘관청, 궁전’이라는 의미로부터 ‘정부기관’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內閣(내각)’은 궁전의 내부에 있는 중요한 정부기관으로서 국무회의를 나타낸다. 이로부터 改閣은 ‘국무회의의 구성원을 바꾼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더러 ‘○○閣’과 같이 음식점의 상호에 ‘閣’자가 사용되는 것은, ‘閣’이 ‘큰 건물’이라는 뜻으로부터 ‘큰 가게, 큰 부엌’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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