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3년 배우 오드리 헵번 사망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맞이한 크리스마스에 오드리 헵번이 아들에게 전해 줬다는 말이다.

170cm, 49kg의 날씬한 몸매, 커다란 눈망울, 사슴같이 기다란 목, 천진난만한 웃음, 영화 ‘로마의 휴일’, 전 세계에 바람을 불러일으킨 쇼트커트 헤어스타일….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기억할 때 떠올리는 모습은 대충 이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그의 인생은 은막에 비친 모습보다 더 아름다웠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나치 점령 아래에서 느낀 전쟁의 공포와 굶주림,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결코 순탄하지 않은 인생의 굴곡을 겪었지만 그는 늘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에게는 그 웃음이 ‘천사의 미소’ 같았을 것이다.

그는 영화계를 떠난 뒤 ‘봉사와 희생’으로 남은 삶을 살았다.

에티오피아, 수단, 방글라데시, 베트남, 멕시코, 엘살바도르…. 헵번은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지를 돌아다니며 전쟁과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을 돌봤다.

1988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임명된 뒤 5년간 그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방문했던 나라는 50개국이나 된다.

1992년에는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던 소말리아를 방문해 “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전 세계에 호소해 많은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다.

대장암과 싸우던 헵번은 1993년 1월 20일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호수 부근을 산책하다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를 조문한 미국의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새 천사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인류애를 실천하며 곱게 늙어 간 헵번은 60세가 넘어서도 키와 몸무게, 아름다운 미소가 20대 때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마음의 아름다움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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