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반 외포항. 서울을 출발한 지 5시간 만에 도착했다. 흐린 바다 위로 여명조차 없다. 항구로 난 좁은 길로 접어들자 거제수협 외포위판장의 환한 불빛이 반긴다.
간밤의 풍랑으로 수십 척 어선의 발이 묶였다. 그런데도 위판장은 대낮처럼 밝고 번잡하다. 길가에 아지매(아주머니)가 내놓은 물통에는 펄펄 살아 있는 물메기가 가득하다. 대구와 같은 철에 잡히는 물메기를 맑게 끓여 낸 탕은 겨울 아침 해장국으로 좋다. 동해안 삼척에서 김치 넣고 끓여 낸 시원한 곰치국이 바로 물메기탕이다.
앞바다에 내린 ‘대구 그물’을 거두러 나가는 전순탁(63·외포리 어촌계장) 씨의 배에 올랐다. 20분쯤 뒤, 전 씨는 큰 그물을 당겨 그 안에 통발 모양의 호망을 건져 냈다. 길이 70cm의 대구 서너 마리가 아귀와 함께 들어 있다. 산란기여서 암컷의 배는 터질 듯 알을 배고 있다. 전 씨는 그 알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배를 바늘로 꿰맨 뒤 배 밑 수족관에 넣었다. 이 조치는 거제수협의 대구수정란방류사업을 위한 것이다.
그물에는 대구보다 아귀가 더 많았다. 한 시간여 작업했으나 대구는 아홉 마리뿐이다. 한창 때인 월초의 10분의 1 정도다. 외포항 위판장에서 이 대구를 두고 경매인과 중매인이 가격을 매긴다. 이날 가격은 평소보다 높은 편. 궂은 날씨로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5, 6년 전만 해도 대구 구경하기 힘들었습니더. 지금은 엄청 늘어난 기지예.”
이곳에서 태어나 부친의 뱃일을 잇고 있는 전 씨의 말. 대구 풍어는 거제시 통계에서 드러난다. 2001년 1297마리, 2003년 7912마리였고 지난해는 2만8548마리로 크게 늘었다.
전 씨는 “21년간 수천만 원씩 들인 수정란 방류사업 덕분”이라며 “대구도 많이 잡히니 어민을 위해 그물도 더 놓게 해 주면 좋을 텐데…”라고 말을 잇는다. 그물 한 동만 놓을 수 있는데 이것을 늘리자는 것이다.
더욱이 진해만에서는 산란철인 1월 한달(2∼27일)은 금어기다. 이 시기에는 수정란 방류를 위해 알 채취를 허가받은 어민들만 조업을 할 수 있다.
오전 10시가 되자 위판장 옆의 노상 어물전이 붐비기 시작했다. 대구 값은 그날그날 다르다. 소매가는 위판가(경매가)에서 5000∼1만 원 더 붙인다. 대구 소매가는 2만5000원(30cm 내외)부터 7만5000원(60∼70cm) 안팎. 어물전에는 물메기 아귀 대구 등이 있고 주변에는 횟집도 서너 곳 보였다.
○여행정보
▽찾아가기=대전통영고속도∼동통영(나들목)∼14번 국도∼신거제대교∼고현∼1018번 지방도∼장목면∼외포항. 하남톨게이트(중부고속도 이용)기점, 외포리까지 395km.
▽거제 관광 △홈페이지: http://tour.geoje.go.kr △해안드라이 코스: ①여차∼홍포(남부): 몽돌해변의 여차 마을, 홍포의 명사해변 등 섭렵. 크고 작은 60여 개의 섬도 볼 수 있다. ②학동∼해금강(동남부): 학동 몽돌해변의 해돋이, 해금강 선상유람 및 외도해상농원 투어. ③구천삼거리∼망치삼거리(동남부): 구천에서 동쪽 바다로 향해 오른 고개의 내리막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 위의 윤돌 섬(일운면 구조라 해변 앞) 풍경이 압권. ④장승포 해안일주도로(동부): 장승포동∼능포동. 옥포대첩의 현장이자 대우조선이 있는 옥포만 풍경. 양지암 공원도 있다.
○패키지여행
외포항에서 대구탕(양지바위횟집)을 맛보고 능소의 몽돌해변을 산책한 뒤 해안마을 드라이브.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도 들르는 당일 버스투어. 21, 22, 24일 출발(서울), 5만5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거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대구탕 맛있게 끓이는 법…다진 마늘만 넣어도 ‘시원’
“소금 간 약간해 팔팔 낄인(끓인) 다음에 대구 넣고 한 번 더 낄이면 됩니더. 딴 양념 필요 없고 소금하고 마늘 다진 것만 넣지예.”
거제 사람 소개로 찾아간 외포항 인근의 작은 식당, 양지바위횟집. 여주인 윤선자(43) 씨는 대구탕(사진) 조리법을 소개하며 대구탕과 찜, 알젓 조리법을 인쇄한 종이 한 장을 보여 준다.
“선물용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작 받는 분은 우째(어떻게) 맹길어(만들어) 묵는지(먹는지) 모른다 아입니꺼. 그래 만든 기지예(것이지요). 택배로 보낼 때 넣어 드립니더.”
이 식당의 대구 요리는 탕과 찜. 주문한 지 20여 분 만에 하얀 사발에 대구탕이 담겨 나왔다. 맑은 국물에 담긴 하얀 대구 살과 보드라운 곤(수놈의 정소), 그 위에 파 몇 쪽뿐. 다른 재료나 양념이 없다. 시원하면서도 진하고 감칠맛 나는 이 맛. 대구라는 생선의 풍미가 느껴진다.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한다.
“생선 아끼지 말고 많이 넣고 낄이면 됩니더. 이기(이것이) 대구 맛이라예.”
재료를 아끼지 않고 화학조미료는 일절 넣지 않는 것이 윤 씨의 ‘신념’이다.
김치에 생대구 살을 싸서 만든 대구찜도 특별하다. 대구 살이 잘 부서지기 때문에 개발한 조리법이라고 한다. 대구탕 대구찜은 각각 1만5000원씩. 탕과 찜을 두루 맛보려는 손님에게는 ‘탕+찜’ 세트를 2만5000원에 준다. 대구알젓은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남편 전용돈 씨는 호망협회 회원으로 어업허가를 갖고 있는 선주. 이 식당에 나오는 대구는 전 씨가 잡은 것이다. 전화로도 주문받으며 택배로 배달한다. 055-635-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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