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피아니스트 허승연 내한공연서 유인촌 시낭송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피아니스트 허승연
피아니스트 허승연
해외 취재 여행길에 올랐던 지난주,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피아니스트 허승연(40)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음반을 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삼나무 숲 사이로 하얗게 눈이 쌓인 오스트리아의 산골마을 풍경은 리스트가 여행하던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연상케 했다.

헝가리 출신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가 작곡한 ‘순례의 해’는 1835∼79년 시간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곡에 대한 영감을 얻었던 시절 리스트는 마리 다그 백작부인과 사랑에 빠져 스위스와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 중이었다. 리스트는 이 곡에서 스위스의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을 회화적으로 묘사하거나,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만난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단테의 시 등 문학작품에 대한 열렬한 숭배를 드러냈다.

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리스트의 ‘순례의 해’ 연주와 시 낭송이 함께하는 이색 공연이 펼쳐진다. 무대 위에는 피아노와 책상이 자리 잡고 허승연이 피아노 연주를, 배우 유인촌이 시를 낭송한다.

‘순례의 해’를 작곡하던 당시 리스트에게 영향을 주었던 작가는 괴테, 실러, 바이런, 단테 등 여럿이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바이런의 서사시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와 세낭쿠르의 ‘오베르만’이 낭송된다.

4년 만에 귀국 공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허승연은 현재 스위스 취리히 뮤직 컨서버토리 종신 부학장을 맡고 있으며 유럽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주자. 허 씨는 독일 음반사 아르스무지치에서 4년간의 준비 끝에 최근 리스트의 ‘순례의 해’ 전곡 녹음 음반을 발표했다.

허 씨는 지난해 9월 독일에서 13회에 걸쳐 독특한 구성의 음악회를 개최했다. 리스트가 ‘순례의 해’를 작곡하던 시기에 영향을 주었던 책의 구절들을 유명 연극배우인 로베르트 뷜러가 연주 중간 낭송하는 형식으로 진행해 청중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것. 바이로이트 연주회 때는 리스트의 사위인 바그너가 사용하던 살롱을 무대로 삼아 바그너가 치던 피아노로 연주했다. 낭송자는 리스트의 딸이자 바그너의 아내인 코지마가 사용하던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여행을 벌였다.

“리스트의 음악은 문학과 절대적으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임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그래서 ‘시와 음악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시낭송과 피아노 연주를 적절히 조화시켰죠. 이번 서울 연주에서도 그 감동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유 씨의 시 낭송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2만∼5만 원. 02-780-505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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