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리를 지낸 조르주 클레망소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루앙대성당 연작에 ‘성당(회화)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채의 변모를 거듭하는 루앙대성당 앞에 여러 개의 캔버스를 세워 놓고 옮겨 가며 붓질을 한 결실이었다. 모네는 결국 이 연작을 40점이나 그렸다.
그는 ‘건초더미 연작, 눈의 효과’에서도 변모하는 빛의 효과를 포착했는데 강추위를 무릅쓰고 눈밭에 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빛의 인상을 추적하기 위해 불과 몇 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붓질을 해야 했다.
태양 빛은 우주 공간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공기를 만나면 산란되기 때문에 대기권을 환하게 밝힌다. 대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는 푸른빛을 더 많이 흩어지게 한다. 태양 빛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대기를 비스듬히 오래 가로질러 오면서 푸른빛이 아주 많이 흩어져 버리므로 불그스레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정오에는 태양이 대기권을 수직으로 비추기 때문에 거의 산란되지 않아 태양 빛이 투명해지게 된다. 루앙대성당이나 눈밭 위의 건초가 하루 사이에도 여러 번 색깔을 바꾸는 이유의 하나다.
이 책은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등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을 전공한 네 명의 중견 과학자와 이명옥(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 사비나미술관장이 테마별로 명화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형식을 취했다.
거장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와 명화에 스며든 풍부한 과학 담론을 읽는 맛이 있다. 또한 명화가 결코 한 천재적 예술가의 영감이나 열정에서만 나온 게 아니며, 예술가가 과학적 안목을 가지고 자연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미술계의 관습에 혁명을 일으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가령 파블로 피카소가 종래의 원근법이 사실은 모순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사진술, X선의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입체파 미술을 들고 나온 점이 그렇다.
특히 점묘파의 대가인 조르주 쇠라가 원색의 점들을 화면에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결국 색채 물감을 섞어 그린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 것은 색채 과학을 터득한 결실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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