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소녀’(2003년)는 아프가니스탄이 재건 된 뒤 만들어진 최초의 아프간 영화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탈레반 정권에 의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했던 아프간 여성들의 회한에 초점을 맞춘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고 할머니, 어머니와 사는 열두 살 소녀가 있다. 가족인 남자를 동반하지 못하면 여자 혼자서는 걸어 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극심한 차별 속에서 소녀의 가족은 굶어죽을 지경에 처한다. 결국 소녀는 머리를 잘라내고 남장을 한 채 식료 잡화상에서 일하는 목숨을 건 모험을 단행한다. 군사훈련에 동원된 소녀는 여자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어느 날 월경을 하는 바람에 진실이 드러난다.
가끔 ‘사실’이란 건 그걸 직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괴롭고 힘겹다. 상업영화가 주는 달콤한 판타지에 인이 박인 요즘 관객에게 ‘여자로 태어난 자체가 죄’인 아프간의 실상을 전하는 이 영화는 무척 불편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100% 비전문 배우들이 기용된 이 영화는 소녀가 겪는 고약한 인생유전을 통해 아프간 여성들에게 탈레반이 퍼부었던 난폭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제발 그만!’ 할 때까지 끌고 간다. 2월 2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단관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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