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탈레반이 앗아간 아프간소녀의 꿈… 천상의 소녀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아프간 여인들의 회한을 담은 영화 ‘천상의 소녀’. 사진 제공 영화랑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아프간 여인들의 회한을 담은 영화 ‘천상의 소녀’. 사진 제공 영화랑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신은 딱 두 번 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그 웃음은 가슴 아픈 메아리로 되돌아와 마음을 찢어놓을 것이다.

‘천상의 소녀’(2003년)는 아프가니스탄이 재건 된 뒤 만들어진 최초의 아프간 영화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탈레반 정권에 의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야 했던 아프간 여성들의 회한에 초점을 맞춘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고 할머니, 어머니와 사는 열두 살 소녀가 있다. 가족인 남자를 동반하지 못하면 여자 혼자서는 걸어 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극심한 차별 속에서 소녀의 가족은 굶어죽을 지경에 처한다. 결국 소녀는 머리를 잘라내고 남장을 한 채 식료 잡화상에서 일하는 목숨을 건 모험을 단행한다. 군사훈련에 동원된 소녀는 여자라는 의심을 받게 되고, 어느 날 월경을 하는 바람에 진실이 드러난다.

가끔 ‘사실’이란 건 그걸 직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괴롭고 힘겹다. 상업영화가 주는 달콤한 판타지에 인이 박인 요즘 관객에게 ‘여자로 태어난 자체가 죄’인 아프간의 실상을 전하는 이 영화는 무척 불편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100% 비전문 배우들이 기용된 이 영화는 소녀가 겪는 고약한 인생유전을 통해 아프간 여성들에게 탈레반이 퍼부었던 난폭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제발 그만!’ 할 때까지 끌고 간다. 2월 2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단관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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