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자유를 갈망하는 이단아들의 아픔…메종 드 히미코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사랑을 잃고 난 후 다시 살아갈 이유를 묻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사진 제공 스펀지
사랑을 잃고 난 후 다시 살아갈 이유를 묻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사진 제공 스펀지
사랑은 때로 삶이 구석으로 밀리고 밀릴 때 찾아온다. 결핍과 집착은 비례한다. 이런 사랑의 뒤끝은 더 허망한 법이다. 헤어진 연인들은 어떻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할까. ‘메종 드 히미코(히미코의 집)’는 영육(靈肉)을 흔든 사랑이 지난 뒤 ‘다시 살아갈 이유’를 묻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영화는 중학교 1학년 때, ‘나는 게이다’는 뜬금없는 선언을 하고 집을 나가 버린 아버지 히미코와 그를 증오하는 딸 사오리의 이야기다. 어느 날 ‘아버지의 연인’이라며 찾아온 청년에게서 히미코가 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사오리는 히미코가 있는 ‘메종 드 히미코’로 간다. 사실은 돈 때문이었다. 가난한 그녀에게 아버지의 유산은 내치기 힘든 것이었다. ‘메종 드 히미코’는 옛날, 아버지의 게이바 멤버들이 황혼을 보내는 양로원이었다. 영화는 언뜻 보면, 아버지와 딸의 화해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남자들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사오리 같지만 사실은 게이들이다. 페니스를 포기한(혹은 상실한) 이들은 질서와 제도를 만들고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감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아니다. 제도로부터 거부당한 아웃사이더들이며 의무로부터 도망친 이기주의자들이다.

사오리는 ‘존재하지만, 부재를 연기해야 하는’ 수많은 아버지의 내면, 때로 자신들이 만든 삶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남자들의 내면과 마주하면서 게이 아버지를 남자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본다. 그리하여 세상을 틈과 균열, 주변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세상의 중심과 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기야,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사람들이 어디 남자들뿐이랴. 27일 개봉. 15세 이상.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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