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21년 소니 창업 모리타 출생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 원숭이. 1980년대 말 소니의 TV 광고는 인기 폭발이었다. 연예인이 아니고 원숭이가 모델인 것도 화제였지만 워크맨의 인기가 절정인 덕분이기도 했다. 지금은 MP3 플레이어에 자리를 내줬지만 소니의 워크맨은 ‘개인용 전자제품’ 시대를 연 ‘사건’이었다.

1921년 1월 26일 소니의 공동설립자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가 일본 아이치(愛知) 현 나고야(名古屋)에서 태어났다. 나고야에서 제일가는 양조회사 아들이었던 그는 가업을 잇는 대신 모험을 선택했다. 그는 군대에서 만난 전자기술자 이부카 마사루(井深大)와 스물다섯 살 때 전자제품 회사를 세웠다. 이부카는 기술을, 모리타는 마케팅을 맡았다.

트랜지스터라디오 등 당시로서는 ‘첨단’ 전자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설립 당시 회사 이름은 ‘도쿄통신공업’이었지만 이름을 ‘소니’로 바꿨다. 어느 나라 말로도 소니 말고는 다른 뜻이 없다는 게 장점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을 지향한다는 야심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모리타는 미국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주말 파티와 사교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모리타가 미국으로 온 뒤 7년 만에 소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일본 최초의 회사가 됐다.

모리타의 경영 방식은 기업인의 귀감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회사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노사 간에 공동운명체 의식을 심어주는 데 힘썼다. 학력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와 도전정신을 갖춘 사람을 인재라고 생각해 인사 제도를 학력 불문제로 뜯어고쳤다.

소니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워크맨도 모리타의 작품이다. 기자들의 취재용으로 쓰이던 녹음기의 녹음 기능을 없애고 재생 기능만 갖춘 제품을 고안한 것. 모리타가 만든 것은 단순한 전자제품이라기보다는 ‘외부와 차단된 자신만의 음악 공간’이라는 획기적인 이미지였다. 소니 미국지사는 ‘워크맨’이란 이름이 영어 문법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지만 모리타는 밀어붙였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대용 카세트를 제조사에 관계없이 그냥 ‘워크맨’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모리타의 추진력이 숨어 있다. 모리타는 1999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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