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특집/공연]하룻밤새 IQ68청년이 IQ180천재가 된다?

행복의 조건을 생각하게 하는 창작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사진 제공 파파프로덕션

지능지수(IQ)가 68에 불과했던 청년이 갑자기 IQ180이 된다면?

‘미스터 마우스’(연출 이현규·음악 장소영)는 바보에서 갑자기 천재가 된 서른세 살 청년 인후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열세 살 때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중국음식점 ‘짜자루’에서 일하는 인후는 비록 지능은 낮지만 나비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순수한 청년. 어느 날 인후는 우연히 ‘뇌 활동 증진 프로젝트’라는 극비 프로젝트의 실험대상으로 선정된다. 뇌수술을 받은 후 지능이 세 배 정도 높아진 ‘천재’ 인후에게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

바보라면 결코 하지 않을 고민을 천재는 하게 된다. ‘인간 모르모트’가 된 인후가 겪는 고민과 갈등을 통해 이 작품은 행복의 조건에 대하여,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하여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에 도전한 ‘미스터 마우스’는 대학로의 창작 뮤지컬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반가운 작품이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흥행 연극 ‘라이어’를 만든 이현규 연출은 이 작품을 가벼운 터치로 접근했다. 가령 인후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아이슈타인, 도올, 섀튼 박사를 각각 패러디한 석학들이 등장해 신나게 노래하며 춤을 추는 장면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지적 퇴행현상과 함께 죽게 될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인후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찾아가 만나는 장면. 똑똑하고 훤칠해진 아들을 몰라보는 변두리 이발사 아버지가 자신의 머리를 깎아 주는 동안 인후가 부르는 솔로곡과 이어지는 죽은 어머니와 인후의 안타까운 이중창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임이 들린다. 다소 늘어진 도입부를 비롯해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못한 여성 연구원의 캐릭터 등 몇몇 아쉬운 부분을 모두 잊게 해 줄 만큼 관객의 감정을 제대로 건드려 주며 큰 울림을 남기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곡에 이르는 노래는 한 곡씩 들으면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전체적으로는 ‘과잉’으로 느껴진다. ‘무엇을 넣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버리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미스터 마우스’는 좋은 뮤지컬이 꼭 좋은 노래들의 ‘덧셈’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 작가 대니얼 키스가 쓴 소설 ‘알제넌에게 꽃다발을(Flowers for Algernon)’이 원작. 국내에서는 ‘바보 신동섭’ ‘철수이야기’ 등 연극으로도 선보였고, 현재 KBS2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원작이기도 하다.설 당일 공연 없음. 28일 4시 7시, 30일 3시 6시. 공연은 4월 2일까지. 2만∼3만5000원.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02-747-207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뮤지컬

프로듀서스	2월 14일까지. 화 목 금 8시, 수 3시 8시, 토 일 3시 7시(29일 3시 공연 없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12만 원. ‘작품이 망해야 성공하는’ 두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뮤지컬. 02-501-7888
노트르담 드 파리	2월 26일까지. 수∼금 8시, 토 3시 7시, 일 공휴일 7시, 30일 3시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20만 원. 주옥같은 음악이 돋보이는 프랑스 뮤지컬 내한 공연. 02-508-1700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월 19일까지. 화∼금 7시 반, 토 일 공휴일 3시 7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3만∼7만 원.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아 온 창작 뮤지컬. 엄기준 조정은 등 출연. 02-742-9881
지킬 앤 하이드	2월 4일까지. 화∼토 3시 7시반. 일 공휴일 2시 6시 반.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12만 원. 조승우를 톱스타에 올려놓은 화제의 뮤지컬. 02-556-8556
아이다	3월 14일까지. 화∼금 7시 반, 토 일 공휴일 3시 7시반. LG아트센터. 4만∼12만 원. 옥주현 등이 출연하는 디즈니 대작 뮤지컬. 02-577-1987
헤드윅	2월 26일까지. 화 목 8시, 수 4시 8시, 금 7시반 10시, 토 5시 8시, 일 3시 6시. 라이브극장. 3만3000∼4만4000원. 남자에서 여자가 된 록가수의 슬픈 사랑 이야기. 엄기준, 서문탁 등 출연.1544-1555
아이 러브 유	무기한. 28일 3시 6시반, 29일 4시, 30일 3시 6시반, 31일 공연 없음. 연강홀. 2만∼4만5000원. ‘남녀관계의 모든 것’을 다룬 흥행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연인들에게 강추. 16세 이상.1544-1555

연극

윤석화의 정순왕후- 영영이별 영 이별	2월 19일까지. 수 금 3시 7시반, 목 7시반, 토 3시 6시, 일 3시. 2만∼4만 원. 산울림소극장. 청계천 영도교에서 영원히 헤어진 단종과 정순왕후의 애달픈 사랑을 그린 모노드라마. 02-334-5915
여행	29일까지. 금 8시, 토 일 3시 6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1만2000∼1만5000원. 40대 후반에 접어든 중년 남성의 친구 이야기를 그린 연극. 02-744-7304
늙은 창녀의 노래	2월 5일까지. 화 목 금 7시 반, 수 토 4시 7시반, 일 공휴일 4시. 3만 원.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양희경이 10년 만에 다시 하는 모노드라마. 02-762-9190
릴레이	29일까지. 금 7시 반, 토 3시 6시, 일 3시(28일 6시 공연 없음).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죽도록 달린다’로 화제를 모은 서재형-한아름 콤비의 세 번째 작. 1만2000∼1만5000원. 02-744-7304
19 그리고 80	2월 19일까지. 화 목 금 7시반, 수 토 3시 7시반, 일 3시. 우림청담씨어터. 3만∼5만 원. 19세 청년과 80세 할머니의 이색 사랑을 그린 박정자의 히트작.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윤태웅의 연극 데뷔작. 02-738-8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