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콘서트홀. 이 고장 출신의 거장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40명을 이끌고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연주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모차르트 주간’의 오프닝 콘서트인 이 음악회의 객석은 전 세계에서 초대받은 인사로만 가득 채워졌다.
이날 오후 7시 유서 깊은 잘츠부르크 성 안의 카피텔 플라츠(광장)에서는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1만여 명의 관객 앞에서 모차르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색다른 ‘야외 콘서트’가 열렸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강렬한 록음악으로 변신해 광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가 하면 한국인 지휘자 이윤국(모차르테움 교수)이 창단한 잘츠부르크 카머필하모니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에 나오는 ‘카탈로그의 노래’를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켰다.
2월 5일까지 계속되는 ‘2006 모차르트 주간’ 페스티벌은 로저 노링턴이 이끄는 18세기 오케스트라,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빈필하모닉이 정상의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와 함께하는 성악무대 등이 잘츠부르크 전역의 공연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된 빈에서도 이에 질세라 하루 뒤인 28일 오후 7시 장피에르 포넬이 제작한 뉴프로덕션으로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19세기에 지어진 유려한 극장 안은 입석까지 완전히 매진돼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공연 전에 이미 그 열기로 달아올랐다. 페터 슈나이더가 지휘하는 빈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첼리아 코스테아(백작부인)와 타티아나 리즈닉(수잔나)이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은 객석을 황홀경으로 몰아갔다.
28일 오후 5시 빈 동남쪽 외곽에 위치한 중앙묘지의 음악가 묘역.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의 묘에 둘러싸여 묘지조차 없이 기념비만 서 있는 모차르트의 자취 앞에 걸음을 멈췄다. 생전엔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지만 250년이 지난 후 꽃다발에 둘러싸여 최고의 환대를 받고 있는 모차르트의 힘은 무엇인가를 이곳에서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됐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원에서 걸려 있던 천재의 유언은 단순한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가지길 원한다. 진실 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잘츠부르크·빈=유혁준·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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