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음반은 EMI가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일련의 음반 중 가장 많은 투자와 정성을 쏟은 프로젝트. 사라 장의 세계 음악계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26세의 사라장은 이 음반에서 전성기를 맞은 바이올린 비르투오소(명인)로서의 열정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사라장은 레슨 없이 처음으로 독학으로 연구하고 해석한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패기 넘치는 역량을 뿜어낸다.
“쇼스타코비치는 괴물이에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천천히 하나하나씩 다루면서 감정의 본질을 완전히 내뿜어 표현하죠. 이 곡은 정말 완벽하게 괴물 그 자체예요.”
음울한 저음으로 시작되는 이 곡에서 사라 장은 드라마틱하지만 슬픔, 절망 같은 인간의 감정을 양파 껍질 까듯 표현해 낸다. 2악장에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마치 와일드한 서커스를 벌이는 듯한 스케르초 부분에서는 괴기스러운 익살과 스릴이 넘친다. 하이라이트인 4악장의 ‘카덴차’(독주자의 즉흥연주)는 억눌린 내면의 고통을 표현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자서전과 같은 부분. 사라 장은 작곡자와 연주자 내면의 사적인 부분까지도 한꺼번에 끌어내 불같은 정열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이어지는 베를린 필의 맑고 투명한 목관과 타악기의 강렬한 사운드에 의한 춤곡은 충격적 여운을 남기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국인으로서 베를린 필과 협연 앨범을 낸 것은 사라 장이 유일하다. 이미 발표된 2장의 앨범은 얀손스, 도밍고가 지휘봉을 잡은 반면, 이번 음반은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지휘봉을 잡고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라이브로 녹음된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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