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球儀(지구의)에서 지역을 표시할 때, 經度(경도)와 緯度(위도)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東經(동경) 131도에서 125도, 北緯(북위) 43도에서 33도 사이에 위치한다. 이 경우의 ‘經’은 ‘세로 실’이라는 뜻이므로 ‘東經’은 ‘동쪽에 있는 세로 실’이라는 뜻이고, ‘緯(위)’는 ‘가로 실’이라는 뜻이므로 ‘北緯’는 당연히 ‘북쪽에 있는 가로 실’이라는 뜻이다. ‘經’은 ‘실’의 의미로만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고대에는 중요한 책을 실로 묶었다. 그러므로 ‘經’에는 ‘중요한 책’이라는 뜻이 포함된다. 따라서 佛經(불경)은 佛家(불가)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라는 말이고, 聖經(성경)은 성스러운 말씀을 기록한 책이라는 말이다. 베틀로 직물을 짤 때는 날실이 먼저 반듯하게 놓여야 한다. 이로부터 ‘經’은 ‘잘 놓다, 다스리다, 경영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經世(경세)’는 ‘세상을 경영하다’라는 뜻이다.
‘濟’는 ‘수(물·수)’와 ‘齊(제)’가 합쳐진 한자이다. ‘齊(제)’는 원래 ‘가지런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濟(제)’는 ‘물처럼 가지런하다’라는 뜻이 된다. 물은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이 흐를 때는 낮은 곳을 모두 메워 가며 흐른다. 물은 가장 공평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濟’는 ‘공평하다, 같다, 조화를 이루다’라는 뜻을 갖는다. 공평하고, 같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하거나, 잘라내는 행동이 필요하다. ‘濟’에는 ‘더하다, 자르다’라는 뜻도 있다. 위의 ‘經’의 의미 가운데 ‘경영하다’와 ‘濟(제)’의 의미 가운데 ‘공평하다’를 합하면 ‘經濟’는 ‘경영하여 물처럼 공평하게 하다’, 즉 ‘물처럼 공평하게 경영하다’라는 뜻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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