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방송이 장난인가”…시청자 무시한 ‘늑대’ 중단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앞으로 드라마 촬영 중에 ‘늑대’와 같은 사고가 생긴다면 다 ‘늑대’의 경우처럼 처리할 건가요?”

촬영 중 발생한 주연배우의 사고로 2주일째 결방된 MBC TV 드라마 ‘늑대’ 홈페이지에 한 시청자가 올린 글이다. MBC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늑대’의 주연배우 에릭의 몸 상태가 예상만큼 호전되지 않아 6일부터 8부작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을 편성한다”고 밝혔다. MBC는 이날 “에릭이 속히 완쾌되길 바라며 본인이 원하면 촬영을 재개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늑대’ 후속으로 3월 13일부터 김래원, 정려원 주연의 ‘공주님’(연출 표민수)의 편성이 잡혀 있어 ‘늑대’ 촬영이 재개돼도 정상적으로 방영될지는 미지수다. 촬영 중 스턴트 차량에 치여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에릭도 명확히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에릭은 2일 “완쾌 후 MBC, 외주제작사와 협의해 추후 방향을 논의해 나가겠다”고만 말했다.

지난달 22일 사고 후 방송 재개를 기다려 온 시청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즐겨보던 드라마를 볼 수 없다’는 것만이 불만 사유는 아니다. 무엇보다 비난이 큰 것은 방송사가 ‘배우의 몸 상태’만을 이유로 대며 땜질 편성을 해 왔다는 점에 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시청자 박종찬 씨는 “MBC는 제작 포기 또는 배우 교체 등 결과를 정확히 발표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무기한 대체 방송을 하다가 “건강이 회복되면 방송재개”라는 식의 애매한 여운을 남기며 ‘방송 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편성은 시청자와 약속한 시간표’라는 기본을 잊은 처사라는 지적이다.

MBC가 갑작스레 방송 중단을 결정한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볼 권리’에 대한 충분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사태 초반만 해도 “천재지변을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동정적이었던 시청자들이 비판자로 돌아선 것은 바로 MBC 스스로 저지른 이런 ‘시청자 경시’ 때문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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