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도 글을 잘 써야 뜬다(?)=최근 변호사, 의사, 고위 공직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글쓰기’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요즘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전문직 종사자들이 칼럼 등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며 칼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
글을 잘 쓰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재승(鄭在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30만여 부가 팔린 ‘과학콘서트’를 펴낸 뒤 TV 프로그램 사회자로 발탁됐다. 최재천(崔在天)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개미제국의 발견’, ‘작은 것이 아름답다’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불티나는 글쓰기 책과 강좌=서점가에서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겨냥한 글쓰기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연세대 이재성 교수와 정희모(鄭僖謨·학부대학) 교수가 지난해 11월 펴낸 책 ‘글쓰기의 전략’은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 5만 부가 넘게 팔렸다. 온라인 서점 집계 결과 이 책의 주 독자층은 20대 후반∼40대 초반의 남성이었고 그중 상당수가 전문직이었다.
글쓰기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의사 모임인 대한형상의학회는 이달 12일 한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좌’를 연다. 이 학회 정행규(鄭幸奎·53) 회장은 “아는 것만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한의사들이 칼럼 정도는 쓸 수 있는 글쓰기 실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강좌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쉽고 짧게 써야=글쓰기 강사들은 ‘쉽고 짧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재춘(林載春) 영남대 객원교수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며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1991년 당시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으로 재직하다 광고 문안을 잘못 써서 좌천됐던 임 교수는 영국으로 유학 가 ‘기술 글쓰기(Technical Writing)’를 배워 이를 강의하고 있다.
임 교수는 “과학논문은 전공이 다르면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평소 신문 등을 열심히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희모 교수도 “전통적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용어로 권위를 세웠지만 대중권력 시대에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문성을 드러내는 것이 ‘글 잘 쓰는 전문가’가 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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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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