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의 유래는 269년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군의 전력 유지를 위해 선포한 결혼 금지법을 어기고 연인들의 결혼을 주선한 사제 밸런타인의 순교일에서 비롯된다.
밸런타인데이에 대해 “국적 불명의 축제일” “상업적 색채가 짙다”고 지적한 것은 일면 틀리지 않다. 밸런타인데이 편지는 17, 18세기 유럽의 인쇄술 및 우편의 발전과 맞물려 보편화됐으며, 초콜릿 선물이 본격 붐을 이룬 것은 일본 모리나가 제과와 이세탄 백화점이 마케팅 이벤트로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가 “연인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지닌 것도 사실이다. 서양에서는 이날 서로의 마음을 담은 카드(편지)를 전한다. 이 풍속은 1400년경 영국 런던탑에 포로로 갇힌 프랑스 샤를 공작이 밸런타인데이 때 부인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낸 데서 시작됐다. 밸런타인데이는 크리스마스에 이어 두 번째로 카드 우편물이 많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 ‘진실한 마음’만 한 게 없다. 그래도 연인을 위한 특별한 날을 만들고 싶다면 발품을 팔아 보자. 저렴한 비용으로 선물을 고를 수 있고 무료 이벤트를 개최하는 곳도 많다.
‘도브 초콜릿’이 밸런타인데이 이벤트로 내놓은 ‘초코홀릭 카’도 그중 하나. 25인승 버스의 안팎을 초콜릿으로 꾸민 이 자동차는 연인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싸이월드에서 진행하는 이 이벤트(www.cyworld.com/dovechocolate)에 당첨되면 마음을 고백할 장소로 데려다 준다. 행사는 10일 시작한다.
2일 연인인 이경훈(25) 전예희(25) 씨 등 6명과 함께 ‘초코홀릭 카’를 미리 타 봤다. 밸런타인데이가 10여 일 남았는데도 이들의 마음에는 초콜릿의 부드럽고 달콤한 사랑이 피어나는 듯했다.
● 차에 오르면 초콜릿 세상
2일 오후 서울 신촌의 옛 독수리다방 인근. 희한하게 생긴 차(초코홀릭 카)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을 붙잡는다.
초코홀릭 카가 멈추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초콜릿색 스튜어트 복장을 한 승무원이 줄을 세워보지만 여의치 않다. “어머, 신기하다” “들어갔다 가자”며 몰려든 남녀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초코홀릭 카를 찍었다.
이 차는 외관부터 심상찮다. 버스 옆에 붙은 대형 초콜릿바 모형을 비롯해 자동차 바퀴의 휠이나 사이드미러도 초콜릿 색깔이다. 손잡이는 진짜 초콜릿을 녹여 코팅했다.
한국 여행을 왔다는 일본 여성 하루카(20) 유코(〃) 씨도 자동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카 씨는 “이렇게 기발한 밸런타인데이 행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차에 오르면 환상적인 초콜릿 세상이 펼쳐진다. 실내는 초콜릿의 달콤한 향이 가득하고 의자와 운전대는 초콜릿 색깔이다. 입구에 의자를 뜯어내고 설치한 테이블에도 초콜릿을 코팅했다.
차에 오른 이들은 실내 시설 중 어느 게 진짜 초콜릿인지 궁금해했다. 손잡이 시계 요금함 무전기 망치(비상용)는 모두 실제 초콜릿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웃음을 터뜨린다. 창문 위에 붙어 있는 초콜릿 하차 벨들을 보며 연방 “신기하다”며 만져대더니 순식간에 몇 개가 사라졌다.
실내에 마련한 초콜릿 핑거 푸드도 인기. 파티 플래너인 천현선 현정 씨 자매가 만든 이 푸드는 다양한 스타일과 아삭한 비스킷이 어우러졌다. 김지은(20) 씨는 “요즘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는 추세여서 고민이었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초콜릿 퐁뒤. 작은 단지 같은 기기에서 샘솟는 액체 초콜릿에 크루아상을 찍어 먹는 맛이 그만이다. 준비했던 100여 개의 크루아상이 금세 동났다.
미국인으로 연세대에 유학온 에릭(27) 씨는 “미국에선 밸런타인데이 때 쇼핑몰에서 판촉용으로 초콜릿이나 인형을 나눠주는 게 전부”라며 “초코홀릭 카를 타고 나니 한국인 여자친구에게서 초콜릿을 선물받고 싶다”고 말했다.
● 연인들을 위한 초코홀릭 서비스
‘초코홀릭 카’에 탑승한 6명은 모두 초콜릿에 얽힌 사연을 응모해 선정됐다.
이들이 탄 ‘초코홀릭 카’는 “연애 초기 자주 갔던 한강에서 강바람을 맞고 싶다”고 한 이경훈 전예희 씨의 희망에 따라 여의도 한강 둔치로 향했다.
이동 중 차 안에서는 다양한 연인 이벤트가 열렸다. 첫 이벤트는 초콜릿 러브레터 쓰기. 화이트 초콜릿이 나오는 초콜릿 펜으로 쓴다. 강수연(21) 씨는 10일 군에서 휴가 나오는 남자친구를 위해 ‘마음은 항상 너와 함께’라고 썼다.
그는 “남자친구가 지난 휴가 때 주고 간 ‘군번목걸이’를 qhs떠 초콜릿을 만들 예정”이라며 “그 초콜릿은 늘 마음에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상행(24) 씨는 ‘(여자친구에게) 절대 충성’이라고 썼다. 지난해 여자친구가 높이 20cm가 넘는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준 것에 대한 감동의 표현이다. 지난해 화이트데이(3월 14일) 때도 그는 인형 얼굴과 옷을 입고 여자 친구 집 앞에서 사탕을 건넸다. “창피했지만 사랑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 씨의 말에 여성들은 환호를, 남성들은 야유를 보냈다.
두 번째 이벤트는 연인인 이경훈 전예희 씨에게만 제공됐다. ‘도브 초콜릿’ 측은 플로리스트가 특별 제작한 초콜릿 부케와 초콜릿 커플 반지를 선물했다. 이 씨는 “여자친구가 워낙 밸런타인데이 이벤트를 좋아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마다 특별한 밸런타인데이를 보내는 것으로 친구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이 씨가 의경으로 복무하던 2004년엔 전 씨가 이 씨의 얼굴이 프린트된 대형 초콜릿 케이크를 내무반으로 보냈다. 고참들의 질투를 산 건 물론이다. 그러나 전 씨는 고참들에게 일일이 엽서와 초콜릿을 보냈고 이 씨의 내무반 생활은 편해졌다.
전 씨는 “인형 뽑는 기계를 휴지통만 하게 만든 토이 크레인에 초콜릿과 선물을 넣어 남자친구한테 뽑게 했다”며 “밸런타인데이 땐 할아버지 아버지 남동생에게 줄 초콜릿을 만들어 예쁜 것은 남자친구에게, 못생긴 것은 식구들에게 선물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행복하지만 화이트데이에 보답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며 “밸런타인데이에도 선물은 받지만 저녁 식사나 이벤트는 내가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살짝 귀띔했다.
세 번째 이벤트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즉석 사진을 초콜릿 액자에 끼워 선물하기. 우승희(25) 씨는 “지난달부터 한두 개씩 산 초콜릿을 넣은 종이 장미 다발을 남자친구에게 선물할 예정인데 그곳에 내 모습을 담은 초콜릿 액자도 넣겠다”고 말했다.
초코홀릭 카는 오후 4시경 한강 둔치에 멈췄다. 기념 사진 등을 촬영한 뒤 곧 식사 장소로 향했다. 이들이 초코홀릭 카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세 시간 남짓. 말할 때마다 웃을 때마다 초콜릿 향기가 피어나는 듯했다. 남희웅(26) 씨는 “외국 문화에 휩쓸린 무분별한 소비 풍조라고 질타하기보다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젊음의 축제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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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초코홀릭 카’에 초대합니다
‘초코홀릭 카’ 이벤트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벤트 일은 13일(월)이며 시간대별로 한 쌍씩 뽑습니다. 위크엔드팀 이세형 기자의 e메일(turtle@donga.com)로 간단한 사연과 함께 신청해 주십시오. 휴대전화 번호도 함께 보내 주십시오. 행사 시간대는 △오후 4∼5시 △오후 5∼6시 △오후 6∼7시입니다.
■“뭘 선물할까?” 별자리에 맞춰 고르는 초콜릿
밸런타인데이에 누구나 특별한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각별한 의미를 담은 선물을 고르는 것은 늘 쉽지 않다. 이럴 때 초콜릿을 연인의 별자리에 맞춰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도브 초콜릿’의 최선영 차장이 별자리(생년월일 양력)의 성격에 맞는 초콜릿을 추천했다.
▽물병자리(1월 20일∼2월 18일)=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모범생. 사랑의 적극적인 표현을 원하는데 두 가지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너트 초콜릿이 좋다.
▽물고기자리(2월 19일∼3월 20일)=감성이 풍부한 휴머니스트. 입에 무는 순간, 진실하게 하는 술이 든 럼주 초콜릿을 부직포나 미니 주머니에 넣어 선물하면 좋다.
▽양자리(3월 21일∼4월 20일)=정의감이 투철하고 이상적인 지도자 타입. 지기 싫어하는 1인자 스타일로 어디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스킷 초콜릿이 어울린다.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볼 수 있도록 투명 포장지에 넣어 선물하면 입이 벌어진다.
▽황소자리(4월 21일∼5월 20일)=온화하면서도 열정적이어서 누구에게나 부담없이 좋은 친구. 개구쟁이의 친근함이 느껴지는 과자 타입의 초콜릿이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쌍둥이자리(5월 21일∼6월 21일)=자유로운 성격인데다 단조로움을 싫어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마블 초콜릿이 안성맞춤. 지혜와 재치가 뛰어나므로 수제 초콜릿이 좋다. ▽게자리(6월 22일∼7월 22일)=성실하고 가정적이지만 연애에는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로맨티시스트다. 섬세하고 감성적이어서 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버터 초콜릿이 어울린다.
▽사자자리(7월 23일∼8월 22일)=정열적이며 긍지가 높고 호쾌한 성격. 관심받는 것을 즐기므로 다양한 색깔로 하나씩 싼 초콜릿 캐러멜이 좋다.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해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 더욱 좋아한다.
▽처녀자리(8월 23일∼9월 22일)=섬세하고 순수하다.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화이트 초콜릿이 어울린다. 심플 스타일을 좋아하며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희생파이기도 하다.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포인트를 둔 장식을 배려해야 한다.
▽천칭자리(9월 23일∼10월 21일)=이지적인 균형과 품위있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세련미를 즐기므로 부드럽고 풍부한 맛의 밀크 초콜릿이 제격이다. ▽전갈자리(10월 22일∼11월 21일)=겉으로 보면 완벽주의자이지만 한번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정열가다. 달콤한 초콜릿보다 날카롭고 반듯하게 잘린 비트 초콜릿이 좋다. ▽사수자리(11월 22일∼12월 21일)=현실적이고 담백하며 하찮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한 곳으로 전진하는 타입이다. 자잘한 장식보다 깔끔한 미니 바구니에 초콜릿을 넣어 선물해보자.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땅콩 초콜릿이 베스트 초이스.
▽염소자리(12월 22일∼1월 19일)=평소에는 온화하고 얌전하지만 누구보다 승부 근성이 강하다.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묻어나오는 모카아몬드 초콜릿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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