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4일)이 지났는데도 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봄맞이로 설렌다. 곧 다가올 봄, 이번에 유행할 꽃 트렌드는 어떤 게 있을까.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폴라 프라이크 플라워’의 황보현(29) 실장을 통해 봄꽃 트렌드를 전망한다. 폴라 프라이크는 영국 왕실 플로리스트로 ‘꽃의 여왕’으로 불린다.
○ 수선화로 심플 분위기 연출
올해 봄 트렌드는 로맨틱과 여성스러움이다. 봉오리가 큼직한 장미, 튤립, 피오니, 작약, 리시안셔스, 수선화 등이 트렌드에 어울리는 꽃들이다. 이 꽃들은 대부분 잎이 얇아 하늘하늘하고 소프트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꽃 스타일은 꽃과 더불어 꽃병, 꽃꽂이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꽃병은 레드, 핑크, 파스텔 톤이나 곡선이 많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 전망. 꽃 장식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돔 스타일이 어울린다.
봄꽃의 대표인 수선화를 이용하면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다른 꽃과 함께 꽂지 않고 수선화만의 매력을 살리는 게 포인트. 투명 유리병에 줄기가 직선이 되도록 가지런히 꽂으면 좋다.
굴곡 없이 곧게 뻗은 줄기와 기품 있는 꽃이 돋보이는 핑크 칼라와 다래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린 꽃 디자인도 가정에서 시도해 볼 만하다. 신부용 부케로 각광받는 칼라의 꽃말은 장대한 미와 순결이다.
패션에서 인기 있는 빈티지 스타일은 꽃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다. 백합, 라벤더, 허브를 비롯해 빛이 바랜 듯한 장미가 빈티지 느낌을 준다. 여기에 낡은 듯한 유리병이나 수공 스타일의 꽃병을 쓰면 빈티지로 손색이 없다. 사용하지 않는 유리컵이나 와인 글라스도 빈티지 꽃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폴라 프라이크의 내추럴리즘
세계 꽃 트렌드를 주도하는 폴라 프라이크에서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내추럴리즘도 제안하고 있다.
“꽃은 그 상태 그대로 이미 ‘디자인’이기 때문에 인공미를 더하기보다 자연스러움을 살려야 합니다. 단순미와 막 꺾은 꽃의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죠.”(황 실장)
꽃을 디자인한 뒤 딸기 라임 등 과일이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야채로 장식해도 잘 어울린다.
황 실장은 “꽃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지만 공간이나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실에 여유 공간이 있으면 취향에 따라 ‘작은 정원’을 만들 수도 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옆 책상에 작은 플라워 박스나 사각형의 유리병을 놓고 요즘 제철인 산당화나 설유화를 꽂아도 좋다. 백합은 향이 강해 집안의 잡 냄새를 없애 준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꽃꽂이 이렇게 해보세요
▽줄기 자르기
꽃꽂이를 하기 전 가위로 가지 끝을 45도 각도로 자른다. 이렇게 비스듬히 잘라야 꽃병에 꽂았을 때 풍성한 느낌이 들고 꽃이 오래 간다. 잘 드는 가위로 가지의 조직이 부서지지 않게 해야 한다.
▽잎 떼어 내기
줄기를 자른 다음 꽃병에 꽂았을 때 물에 잠기는 부분의 잎은 모두 떼어 낸다. 잎이 물에 잠기면 박테리아가 빨리 생겨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오랫동안 싱싱하게
꽃을 꽂기 전 신문지로 고깔 모양이 되게 싸서 고정시킨 뒤 미지근한 물에 밤새도록 담가 놓는다. 그러면 꽃이 더욱 오래 간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가지를 미지근한 물에 적신 뒤 꽂는다.
▽밑동이 단단한 꽃을 자를 때
튤립이나 히아신스처럼 줄기 끝이 단단한 꽃은 줄기 밑동의 단단하고 흰 부분을 꼭 잘라 준다. 그래야 수분이 잘 흡수돼 꽃이 오래 간다.
▽꽃병의 물은 미지근하게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산소 함유량이 높다. 줄기가 썩어 미생물이 생기지 않도록 물을 매일 갈아 주어야 한다. 김빠진 사이다를 영양제 대신 넣어 주면 오래 산다. 시든 꽃은 꽃병에서 솎아 낸다. 다른 꽃도 금세 시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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