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을 넘기면 커다랗게 ‘12’라는 숫자와 함께 화려한 열두 마리 물고기가 보인다. 다시 한 장을 넘기면 ‘11’, 또 한 장을 넘기면 ‘10’으로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얼핏 보면 숫자놀이 그림책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잠수부들의 작살 낚시에, 해파리인 줄 알고 삼킨 비닐봉지에, 바다로까지 스며든 땅에 뿌린 살충제에, 물고기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죽어 사라져 가는 이야기다. 생태계가 무너져 물고기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는 가상의 카운트다운을 그린 환경 그림책이다.
마지막 한 장을 넘기면, 덩그러니 남은 ‘0’이라는 숫자와 함께 텅 빈 바다 속만 펼쳐진다.
“…기억해 주세요. 물고기가 한 마리 한 마리 사라질 때마다 우리 곁에 있는 것들도 하나 하나 줄어든다는걸요.”
호주의 환경 작가이자 실크 예술가인 저자는 이 책의 그림을 모두 ‘실크 페인팅’(실크 위에 염료로 그림을 그리는 것) 기법을 사용해 푸른색 바다와 물고기들의 독특한 느낌, 화려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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