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남 합천군청에서 열린 49기 국수전 도전 5번기 3국. 오전 9시 반부터 시작한 대국에서 두 기사는 마지막 1분 초읽기까지 몰리며 10시간 동안 대혈투를 벌였다.
흑을 든 이 9단이 승리하며 종합 전적에서 2승 1패로 앞서게 됐지만 대국을 지켜보던 합천의 바둑 팬들은 승부보다 한 수 한 수에 땀과 혼을 실은 두 대국자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국수전 해설자인 김승준(金承俊) 9단도 “해설이 어려울 정도로 근래 보기 드문 난해하고 심오한 대국이었다”고 평했다.
이날 합천 대국은 국수전 50기를 앞두고 옛 국수들의 고향을 찾아 대국하는 행사의 하나로 치러졌다. 2국이 열린 전남 강진은 10∼15기 국수였던 김인(金寅) 9단의 고향이고 3국이 열린 합천은 18, 19기 국수였던 하찬석(河燦錫) 9단의 고향이다.
이날 바둑은 초반부터 두 대국자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난전을 예고했다. 우상귀 백과 좌상귀 흑을 서로 잡는 대형 바꿔치기가 이뤄지면서 검토실에선 한때 백 유리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최 국수가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수를 놓치고 이 9단이 특유의 끝내기 솜씨를 발휘하며 최 국수를 밀어붙였다. 결국 1집 반 정도 부족하다고 느낀 최 국수가 돌을 던졌다.
이 9단은 “최 9단과는 어려운 바둑을 두게 된다”며 “한 판을 앞서고 있지만 아직 도전기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국수는 “막판 초읽기에 몰리며 수읽기에 착오가 생겨 우세를 놓쳤다”며 “흑을 잡는 4국에서 꼭 승리해 5국까지 승부를 가져가겠다”면서 몹시 아쉬워했다.
이날 군청에 마련된 검토실에선 하 9단이 바둑 팬을 위한 공개 해설회를 했으며 프로기사 박진열(朴振悅) 8단과 문명근(文明根) 8단이 지도 다면기 행사를 벌였다.
대국 전날의 전야제에선 심의조(沈義祚) 합천군수가 대국자와 하 9단에게 해인사가 만든 동판 팔만대장경을 기념 증정했다.
한편 이날 대국장에는 경북 안동시 포항시, 부산, 경남 사천시 등 영남 일대에 거주하는 이창호 팬클럽 ‘두터움의 미학’ 회원들이 찾아와 이 9단을 응원했다. ‘두터움의 미학’ 전옥례 회장은 “이 9단이 최 9단에게 국수전에서 2번 연속 패했는데 이번에는 국수위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국은 15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열린다.
제49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3국
백 최철한 국수(9단) 흑 이창호 9단(241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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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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