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용기는 어머니의 사랑
CJ의 ‘햇반’은 왜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바뀌었을까.
밥을 짓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어머니의 상징’이자 ‘사랑의 표현’이나 다름없다. CJ는 ‘햇반’이 ‘인스턴트 밥’, 즉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의 이미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밥이 가진 정성과 온기의 이미지를 담을 그릇이 필요했다. 디자이너들은 온갖 밥그릇에 몰두해야 했다. 결국 일상에서 흔한 밥그릇이 솔루션이 됐다. 당초 생산성 문제 때문에 사각형으로 나왔던 ‘햇반’ 용기가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밥그릇을 연상시키는 원형으로 ‘혁신’된 과정이다. 경쟁사들도 잇따라 좇아왔다.
옹기에 깃든 전통을 재해석해 용기 디자인에 적용한 ‘다담 불고기 양념’, 포장을 벗길 때 내용물이 흘러넘치지 않게 한 두부 ‘백설 행복한 콩’,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는 ‘클린 캡’을 사용해 식용유의 비닐포장을 과감하게 벗긴 ‘백설식용유’….
식품 시장을 선도한 이런 제품들은 모두 CJ 디자인센터의 ‘작품’이다.
1983년 제일제당 디자인팀으로 출발해 98년 디자인센터로 격상된 CJ의 디자인팀은 상품기획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한다. ‘제품 색상은 어떤가’ ‘포장을 뜯었을 때 어떻게 해야 맛있게 보일까’ 등을 마케팅과 포장 개발 담당자, 브랜드 매니저, 디자이너가 함께 격론을 벌인다.
CJ 디자인의 핵심 가치는 ‘Only one’ ‘The First’ ‘The Best’ ‘World Class’. ‘Only one’은 ‘기존 시장에 없는 것, 새로운 것을 창조해 경쟁업체와 차별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디자인센터엔 25명의 디자이너가 있으며, 2006년 신입 디자이너 채용 경쟁률은 860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임경수 수석디자이너는 “식품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경쟁으로 가는 추세”라며 “디자인은 소비자로 하여금 그 브랜드를 선택하게 하는 마술”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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