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바지정장에… 원피스에… “스니커즈 신는다”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ABC마트 호킨스
ABC마트 호킨스
《스니커즈(sneakers)를 청바지 차림의 학생들만 신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패션 감각을 의심받기 쉽다. 똑 떨어지는 라인의 정장에도, 하늘하늘한 원피스에도 때가 꼬질꼬질한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게 요즘 패션 피플이다. 스니커즈는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영어 ‘sneaker’에서 유래한 말이다. 밑창이 고무여서 걸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 운동화류를 일컫는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에는 스포츠 룩 바람을 타고 스니커즈 패션이 더욱 인기를 끌 전망.》

○ 명품 구두보다 스니커즈

100켤레가 넘는 스니커즈를 가진 현대백화점 스포츠 바이어 임한오(29) 씨는 “나 정도는 스니커즈 마니아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짜 마니아들은 그가 운영하는 스트리트 패션 정보 사이트 ‘스트리커(www.streeker.co.kr)’에 모여 있다. 이들은 스니커즈의 수보다 어떤 시리즈를 갖고 있느냐를 따진다.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장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판매점 앞에서 며칠씩 밤을 새운다.

회원 강인찬(29) 씨는 자신이 신지도 못하는 베이비 스니커즈를 수집한다. 나이키 에어조던 토들러와 인펀트만 100여 켤레 모았다. 구하기 어려운 것은 한 켤레에 수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

마니아는 아니더라도 패션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스니커즈는 구두보다 개성이 있으면서 오래 신어 낡을수록 더 멋스러운 ‘내 것’이 되는 아이템. 스타일리스트들은 “구두보다 스니커즈가 더 ‘스타일리시’하다”고 말한다.

연예인들은 평범한 스니커즈를 특이하게 리폼해 신기도 한다. MBC 드라마 ‘궁’에서는 황태자비 채경 역의 윤은혜가 황태자의 생일날 한국적 무늬를 넣어 리폼한 하얀 컨버스 스니커즈를 선물하는 장면이 나왔다. 탤런트 이다해는 지난해 말 케이블 m.net ‘뮤비 페스티벌’에서 목이 긴 아이보리색 컨버스 스니커즈에 지퍼와 단추를 달아서 신고 나왔다.

○ 브랜드마다 개성

10, 20대 초반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나이키는 시리즈마다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아 구매자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아디다스는 ‘오리지낼러티’를 강조하는 클래식 스니커즈를 내놓고 있다. 푸마 컬렉션은 알렉산더 매퀸 등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해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이미지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구찌 프라다 디올 옴므 발리 등 수입 브랜드에는 고급 소재에 단순한 라인의 미니멀 스니커즈가 많다. 디올 옴므는 브랜드의 슬림 이미지에 맞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이 많으며 올해에는 더 다양한 색상을 선보일 예정. 구찌 스니커즈에는 브랜드 상징인 ‘녹색 빨강 녹색’ 줄무늬 등 디테일이 살아 있다.

저렴하면서도 세련됐다는 평을 받는 컨버스는 1908년에 생긴 미국 브랜드로 지난해 한국에 진출했다. 세계에서 8억 켤레가 팔린 ‘척테일러 올스타’는 국내에서도 하루 4000켤레가 넘게 나간다. 신발 전문숍 ‘ABC 마트’의 브랜드 중 반스는 스케이트 보드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에게, 날렵한 디자인의 호킨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 정장에도 신는다

홍보대행사 제이컴퍼니의 오제형 대표는 정장 재킷에 청바지를 입거나 달라붙는 디올 옴므 풍의 정장을 입을 때 발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스니커즈를 신는다. 그는 “편해서 신기 시작했는데 스타일도 살더라”며 “너무 차려입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맛이 있다”고 말했다. 이 스타일은 1956년 엘비스 프레슬리도 선보였으며, 디올 옴므 등의 브랜드에서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블랙 와이드 팬츠에 블랙 나이키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 홍보대행사 비주컴 손지희 실장은 “좋게 말하면 뉴요커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종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홍보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서은영 씨는 “니트나 흰색 셔츠에 골반에 걸쳐지는 울 팬츠를 입거나 빈티지 느낌으로 하늘하늘한 롱스커트에 조끼를 입은 뒤 스니커즈를 신으면 예쁘다”며 “모노톤 의상에 핑크 스니커즈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스타일리스트 김희원 씨는 “하체가 상체보다 통통해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하이힐만 고집했는데 스키니 진에 스니커즈를 신으니 의외로 날씬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터틀넥에 원피스와 레깅스, 또는 발목까지 오는 스키니 진에 트렌치 코트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 스타일을 추천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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