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처럼 로마의 옛 모습을 감쪽같이 복원하고 미래의 우주 전쟁을 실감나게 창조하기도 한다.
CG는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만 대부분은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관객이 눈치 채기 어렵다.
박영민(39·인디펜던스 본부장·사진) 씨는 CG가 한국 광고 산업에 본격 사용된 1990년대 초부터 CG만의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오늘날까지 그 발전 과정을 함께 걸어온 1세대 CG 디자이너다.》
○ 아이치 엑스포 한국관을 빛낸 ‘트리 로보’
인디펜던스가 만든 트리 로보는 주인공 로봇과 소년의 우정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로 대사 없이 영상과 음악으로 구성됐다. 단순 명쾌한 이야기와 완성도 높은 영상이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 애니메이션에 매료된 일본인들의 입소문 덕분에 한국관은 연일 북적였다. 한국관은 당초 입장객 목표인 150만 명을 훨씬 넘어선 350여만 명이 다녀갔으며 125개국 중 한국관이 국가관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KOTRA의 의뢰로 인디펜던스가 스토리부터 영상까지 모든 것을 만들었다. 총감독을 맡은 박 본부장은 제작 전 반도체 부채춤 생명공학 등 한국이 자랑할 만한 소재를 부각해 달라는 KOTRA의 요구를 더 발전시켰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내용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것이 대박의 원동력이 되었다.
○ 광고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로
15초 안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야 하는 광고의 속성상 환상적인 영상이 필요한데, 그것을 창조하는 데 CG가 안성맞춤이었다. 박 본부장은 CF CG 작업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1996년 동료 홍성호 씨와 함께 인디펜던스를 차려 독립했다. 두 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70여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으로 발전했으며 지난해 6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CF 작업만으로는 늘 목마름을 느꼈다. CF의 CG작업은 촬영이 끝난 뒤 시작되는 후반 작업이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는데,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의 CG 작업이 그것이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나 영상미만큼은 찬사를 받았다.
○ CG는 디지털 산업의 열쇠
지난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CG도 맡았다. 비행기 전투 장면은 물론 여러 곳에 들어간 CG가 흥행을 도운 것은 물론이다. KBS 1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노량진 해전 전투 장면 CG도 인디펜던스의 작품이다. 국내 드라마가 이처럼 대규모의 CG를 활용한 예는 처음이었다.
인디펜던스는 이미 기술면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박 본부장은 마무리 CG 작업에 그칠 게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본격 디지털 영상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디펜던스는 대기업인 SK C&C와 합병했다. SK C&C는 디지털 콘텐츠의 확보 차원에서 인디펜던스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다. 박 본부장은 “이를 계기로 안정적으로 자체 영상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지털 애니메이션 감독인 박 본부장의 꿈은 현실화되고 있다.
글=김 신 월간 ‘디자인’ 편집장 kshin@design.co.kr
사진 제공 디자인하우스
※ ‘Design&디자이너’ 시리즈는 17일 15회로 끝납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각 분야의 대표 디자이너 15명을 조명했습니다.
①브랜드 메이커 손혜원(2005년 11월 4일)
②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11월 11일)
③정보 디자이너 박효신(11월 18일)
④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창희(11월 25일)
⑤아트 디렉터 서기흔(12월 2일)
⑥자동차 디자이너 김한철(12월 9일)
⑦제품 디자이너 송민훈(12월 16일)
⑧가구 디자이너 양영원(12월 23일)
⑨패션 디자이너 정구호(12월 30일)
⑩아이덴티티 디자이너 김현(2006년 1월 6일)
⑪CF 감독 백종열(1월 13일)
⑫글꼴 디자이너 석금호(1월 20일)
⑬제품 디자이너 이유섭(2월 3일)
⑭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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