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봉된 영화 ‘구세주’에는 관객의 구미를 당기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최성국과 신이. 관객들은 이번에 처음 주연으로 나선 이 두 사람의 얼굴만 봐도 배꼽을 잡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한마디로 웃음의 보증수표들이다.
두 번째는 설정. 최성국이 바람둥이 부잣집 아들로, 신이가 스토커 기질이 있는 여검사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세 번째는 조연. 정환의 부모로 나오는 백일섭과 박원숙, 정환의 절친한 친구 조상기, 은주가 낳은 쌍둥이의 유모 김수미,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정환의 삼촌 이원종, 검사인 은주를 돕는 검찰청 계장 박준규 등 코미디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중견 연기자가 대거 포진해 있다.
마지막으론 최근 분위기.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축제 분위기인 데다, 언뜻 이 영화와 색깔이 비슷해 보이는 ‘투사부일체’가 12일까지 전국 575만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관객의 화끈한 반응을 재삼 확인시켜 준 것.
그러나 막상 ‘구세주’의 뚜껑을 열어 보면 관객이 실망할 만한 네 가지 요소도 발견된다.
우선 최성국과 신이. 최성국과 신이는 벌거벗거나 속옷 차림까지 불사하면서 고군분투하지만, 별로 웃기지 않는다.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고 비장하다. 이유는 ‘그들이 잘 하고, 관객 또한 그들이 잘할 것으로 믿는’ 연기를 막상 그들이 보여 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중반에 접어들면 드라마적 성격이 강화되면서 진정성 어린 사랑 이야기의 색채가 짙어지는데, 뭔가 의미 있는 얘기를 해야겠다는 주제의식은 오히려 두 배우의 발목을 잡고 이들이 좌충우돌 마음껏 뛰어놀 기회를 빼앗는다(최성국이 땅바닥에 십자가를 그린 뒤 이리저리 뛰어넘는 ‘십자가 동서남북 놀이’는 꽤 창의적이지만 말이다). 이 영화는 더 유치하고, 더 정신사납고, 더 막나갔어야 했다.
두 번째는 설정. 아무리 그렇게 보려 해도 최성국은 부잣집 아들로, 신이는 여검사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첫눈에 반했다’는 사실 외에는 왜 검사까지 된 신이가 망나니 같은 최성국을 죽도록 사랑하는지 설명이 없다.
세 번째는 조연. 조상기는 측은지심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서 머리를 얻어맞으면서 관객의 가학적 쾌락을 충족시킨다. 하지만 김수미는 나오다 말고, 이원종과 박준규는 너무 안 나온다.
마지막으론 최근 ‘업계’의 분위기. ‘구세주’는 관객을 작정하고 웃기겠다는 영화지만, ‘가문의 위기’나 ‘투사부일체’에 비해 만듦새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져 기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구세주’를 보면, 비록 ‘쌈마이’(일본어로 삼류라는 뜻의 영화계 속어) 영화라는 혹평을 받긴 했지만 ‘가문의 위기’나 ‘투사부일체’가 얼마나 앞뒤 딱딱 들어맞게 만든 ‘웰 메이드 쌈마이’ 영화인가를 재삼 확인하게 된다.
관객이 좋아하는 건 ‘쌈마이’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다.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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