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CI파워’ 순간에서 영원으로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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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은 통일된 CI(Corporate Identity·기업 아이덴티티)로 세계 시장을 누빈다. ‘기업 이미지통합’을 뜻하는 CI는 세계의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이다. CI는 끊임없는 경쟁과 변화 속에서 기업의 핵심 가치와 차별화 의지를 담은 메시지다. ‘3M’ ‘IBM’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각각 다른 CI 성공 사례를 전설처럼 지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SK LS를 비롯해 CI 리뉴얼(renewal) 바람이 일고 있다. 디자인 섹션 3회에서는 그 치열한 과정의 숨은 이야기와 1992년 리뉴얼한 삼성 CI 등 성공 사례를 짚는다.》

○ SK그룹

새 CI 발표를 불과 몇 주 앞둔 지난해 9월 SK그룹 임원회의.

5개월간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된 CI의 핵심 ‘행복날개’가 쟁점이 됐다. 문제는 나비 날개의 각도였다. 지나치게 수평선에 가까워 도전과 비상을 꿈꾸는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회의 결과 행복날개의 중심축은 초안에서 경사를 높여 지금의 59.6도로 결정됐다. 이처럼 작은 차이가 CI의 성패를 좌우하고 기업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한다. SK의 경우 CI 리뉴얼 비용을 로고, 매장, 간판, 명함 교체비 등을 포함해 1200억 원으로 추산한다.

CI 리뉴얼에 따라 서비스 매장도 새로 바꾼 GS주유소(왼쪽)와 SK텔레콤 매장. 변영욱 기자 사진 제공 GS

8년 만에 바뀐 SK의 CI는 문자나 도형이 중심이 아니라 특정 생물의 구체적 이미지가 심벌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감성적인 접근이면서 CI 업계의 관행을 깼다는 평가다.

“나비는 연약해 보이지만 맞바람을 이기며 날 수 있는 힘이 있다. 역동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친화적인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이 행복날개는 SK의 경영이념인 ‘행복경영’과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영문 알파벳 두 글자로는 상표등록이 되지 않는다. 나비의 두 날개는 SK의 성장 축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산업의 성장과 도전을 형상화한 것. CI 리뉴얼 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이 불가피했던 것은 기본 색상이다. 주력 기업이자 대중에게 친숙한 SK텔레콤이 디지털 스피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파란색을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노찬규 SK 브랜드이미지 관리팀장은 “새 CI 작업은 SK를 대표하는 SK텔레콤의 매장과 SK주유소 등 외관만 바꾸는 게 아니며 고객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해 A부터 Z까지 SK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60주년을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일 발표한 새 CI는 단순하면서 강렬하다는 평을 듣는다.

‘금호아시아나’라는 한글 로고 우측 상단에 빨간 날개를 연상시키는 윙(Wing)을 넣었다.

미국의 CI전문회사 ‘랜도’가 지난해 4월 처음 제안한 것은 현재의 윙을 포함한 5, 6개의 스타일. 하지만 색상 형태 조형미 조화를 감안한 변형까지 포함하면 수백 가지가 넘었다. 리뉴얼 과정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회의에는 박삼구 그룹 회장이 직접 참여했다.

새 CI에는 1986년 금호의 ‘K’ 심벌과 1988년 아시아나항공 설립으로 만들어진 ‘색동날개’로 나눠진 ‘그룹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도 깔려 있다. 윙의 두 선은 금호와 아시아나항공, 기업과 고객의 만남을 상징한다.

○ GS LS그룹 산업은행

GS와 LS 그룹은 지난해 3월 LG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새 CI를 도입했다. GS그룹의 CI에는 에너지가 상징하는 역동성과 유통 서비스 등 생활 편익 사업군의 성장과 배려를 담았다. 태양, 하늘과 바다, 대지를 아우르는, 단순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오렌지색은 에너지와 역동성(태양), 녹색은 성장과 가능성(땅), 파란색은 리더십과 창의성(하늘)을 상징한다. GS는 지난해 600억 원을 들여 CI 교체작업을 진행했다.

GS는 올해 새 CI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기업 브랜드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2010년 브랜드 가치 톱 달성’을 위해 상호와 상표의 사용 기준 확립, 브랜드 오남용 방지 기준 등을 정할 계획이다.

LS그룹은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제시된 UB(Your Benefit) 등 4, 5개가 경합을 벌인 끝에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이라는 의미를 담은 LS를 선택했다. ‘LS’ 위의 작은 화살표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기업의 의지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업임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초 새 CI ‘ⓤ bank kdb 산업은행’을 공개했다. CI 교체는 1982년 이후 23년 만이다. ⓤ는 편의성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보편성을 의미하는 유니버설(Universal), 독특함을 가리키는 유니크(Unique)의 의미를 담았다. ‘kdb’라는 심벌 마크를 영어 알파벳으로 디자인해 세계 시장에서 동일한 이미지를 전달하게 됐다. 이 CI에 따라 기존 은행의 간판을 포함해 통장 증서 창구비품의 교체를 3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디자인 관련 의견 받습니다 ※디자인 섹션팀=허엽(팀장) 조창래 배태악(편집) 이진선(디자인) 김갑식 김선미 조이영 김재영 이세형(취재) 기자. 연락처=02-2020-1380, 0329. heo@donga.com, dunanworld@donga.com

■SK CI교체 지휘 권오용 전무

SK그룹이 지난해 10월 세계적 기업아이덴티티(CI) 전문 컨설팅 회사인 ‘립핀컷 머서’와 함께 개발 발표한 새 CI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행복날개’로 명명된 이 CI는 고객은 물론 디자인 업계에까지 큰 화제를 불러왔다. CI 리뉴얼을 총괄 지휘한 권오용(사진) SK기업문화실 전무를 13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에서 만났다.

―디자인 업계에서 ‘행복날개’에 대한 반응이 좋은데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어 알파벳으로만 만든 로고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어서 날개 등 이미지를 붙였다. SK의 양대성장사업을 형상화한 이 날개가 고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선 것 같다. ‘날자’는 의미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은 없을 것 같다. 새 CI 발표 이후 호감도를 조사하니 62.6%가 나왔다. 행복날개 연 날리기 행사, 행복날개 포토에세이와 4행시 짓기 등 다양한 이벤트로 홍보활동을 벌였다.”

―새 CI 디자인이 ‘파격’이란 반응이 있다.

“결코 평범하거나 쉬운 디자인은 아니었다. 그동안 기업들의 CI는 왼쪽과 아래쪽에 무게를 싣는 디자인이었다. 우리 회사의 새 CI는 ‘SK’ 오른쪽 위에 날개를 뒀다. 이런 점에서 파격으로 비친 것이다. 밖으로 도약, 비상하는 패기를 담기 위해 과감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새 CI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업의 새 CI를 정하면서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가’만을 염두에 두었다. 그것은 전문성, 고객 지향, 그리고 자부심이었다. CI는 그것을 전달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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