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容恕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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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을 몇 번이나 ‘容恕(용서)’했는가를 가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용서하는 마음은 어떠한 마음인가를 보기로 하자.

‘容’은 ‘얼굴’이라는 뜻이다. ‘貌(모)’는 ‘모양, 얼굴’이라는 뜻이므로 ‘容貌’는 ‘얼굴 모양’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의 ‘容貌’가 ‘俊秀(준수)’하다고 하면 그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뛰어나고 빼어나다는 말이 된다. ‘俊’은 ‘뛰어나다’라는 뜻이며, ‘秀(수)’는 ‘빼어나다’라는 뜻이다. 사람의 신체 중에 얼굴은 가장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눈, 귀, 코, 입이 모두 얼굴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容’에는 ‘담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이 있게 된다. ‘容量(용량)’은 ‘받아들이는 양, 담을 수 있는 양’이라는 뜻이고, ‘內容(내용)’은 ‘안에 담아 놓은 것’이라는 뜻이다. ‘恕’는 ‘如(여)’와 ‘心(심)’이 합쳐진 글자이다. ‘如’는 ‘같다, 같게 하다’라는 뜻이고, ‘心(심)’은 ‘마음’이라는 뜻이므로, ‘恕’는 ‘마음을 같게 하다’라는 뜻이 된다. 이 경우의 마음은 나의 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다. 다시 말하면 ‘恕’는 ‘내가 상대방의 마음과 같은 마음을 갖는다’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恕’는 ‘용서하다’라는 말이 된다.

위의 내용을 합치면 ‘容恕’는 ‘용서하는 마음을 받아들이다’라는 뜻이 되며, 더 깊게는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라는 뜻이 된다. 이와 유사한 말에 ‘同情(동정)’이 있다. 이 말은 ‘同(같을 동)’과 ‘情(감정 정)’이 합쳐진 말로서 ‘상대방과 같은 감정을 갖는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은 같은 마음을 갖는 것만 못하다. 타인을 용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상대의 마음과 같은 상태에 놓아야 한다. 이는 비록 잠시라도 나를 버리는 행위이다. 용서가 아름다운 것은 이와 같이 자신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孟子(맹자)는 ‘억지로라도 용서해 보는 것은 仁(인)을 구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고 말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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