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004년 11월 발매된 그들의 데뷔 음반 ‘일 디보’는 유럽, 아시아 등 12개국에서 500만 장 이상 팔렸다.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계속됐다. 마침내 11일 이들의 두 번째 앨범 ‘앙코라’가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데뷔 2년 2개월 만에 미국 팝계를 점령한 ‘일 디보’. 깃 세운 검은 양복과 잘 빗어 넘긴 머리…. 그들의 팝페라는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하나의 ‘패션’ 같은 느낌이다. 국적도, 취향도 다른 네 명의 팝페라 미남을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록 그룹 보컬 출신의 테너 우르스 뷜러(스위스), 성악 오페라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테너 데이비드 밀러(미국), 바리톤 카를로스 마린(스페인), 그리고 프랑스 출신의 테너 세바스티앙 이장바르로 구성된 ‘일 디보’ 멤버들은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만났다.
“프로듀서 코웰은 2001년부터 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뛰어넘는 그룹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죠.”(뷜러)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달라 어색했지만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죠. 모두 ‘지금은 런던에 있지만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라고 외치며 함께 목표를 이루어 나가다 보니 서로 닮아가더군요.”(밀러)
톰 존스를 우상으로 여긴다는 마린, 댄스와 테크노를 즐겨 듣는다는 밀러,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를 좋아하는 뷜러…. 음악적 취향도 제각각인 이들은 ‘일 디보’의 인기 비결이 “우리 노래는 달콤하기 때문”(이장바르)이라고 자평한다.
![]() |
‘일 디보’는 2006 독일 월드컵에 공식 초청돼 6월 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개막식 축하공연에서 노래한다. ‘하늘이 내린 팝페라 가수’들은 플라시도 도밍고, 롤란도 비야손, 안나 네트렙코로 구성된 정통 클래식 드림팀을 압도할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클래식보다 부드럽고 팝뮤직보다 고급스런 팝페라는 ‘명품 팝’▼
![]() |
바야흐로 팝페라 음악 시장의 제2 전성기. 1996년 영국 출신 여가수 세라 브라이트먼과 보첼리가 부른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에마 셰플린, 이지 등 유럽 중심의 팝페라 가수들이 인기를 얻었다. 그 후 팝페라 2세대로 불리는 미국의 조시 그로번, 일본의 요시카즈 메라 등 비(非)유럽계 팝페라 가수들이 뒤를 이었다. 국내의 경우 프로젝트 그룹 ‘페이지’가 1998년 ‘미안해요’로 인기를 얻은 후 임형주, 정세훈 등이 맥을 잇고 있다.
팝페라 음악은 △팝 팬과 클래식 팬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 △유명곡을 리메이크해 친숙하며 △멜로디는 팝이지만 오페라 창법을 써 고급스럽다는 게 인기의 비결. 기존 클래식의 딱딱함은 누그러지고 가수의 외모나 의상이 세련돼 젊은 세대에게는 ‘명품 팝’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리메이크 곡이 많아 비판을 받기도 한다. 클래식 평론가 장일범 씨는 “창작곡 비중을 늘려 좀 더 적극적으로 팝페라 시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