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의 중단편을 묶은 첫 창작집은 현대인의 욕망의 문제를 주제로 삼았다. 표제작 ‘쉼표의 욕망’은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가 화가의 꿈을 이루게 된 여성이 남편 아닌 다른 남자에게서 육체적인 욕망을 채운다는 얘기다. 이 여성은 뒤늦게 자신의 어머니도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빠졌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분노하지만, 자기 경험을 떠올리며 어머니와 화해하기로 한다.
단편 ‘나날의 자살’도 사랑과 욕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화가가 젊은 모델에게 욕망을 느끼는 한편으로,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아내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갖는 심리를 묘사했다.
민 씨의 소설은 이렇듯 남녀 간의 당연한 욕망이 제도와 부닥칠 때의 복잡한 현실을 보여 준다.
민 씨는 “언젠가는 꼭 소설을 써야겠다는 꿈을 품고 살았다”면서 “육십이 넘은 어느 날, 만일 죽음을 맞이한다면 소설을 안 쓴 내 인생이 후회스러워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아, 결심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론가 오윤호 씨는 민 씨의 작품에 대해 “성적 일탈이 만들어 내는 흥분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힘에 대해 사유하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