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언더월드2:에볼루션’ 23일 개봉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전편 ‘언더월드’보다 한층 파괴적인 액션과 광포한 캐릭터를 보여 주는 속편 ‘언더월드2: 에볼루션’. 사진 제공 영화공간
전편 ‘언더월드’보다 한층 파괴적인 액션과 광포한 캐릭터를 보여 주는 속편 ‘언더월드2: 에볼루션’. 사진 제공 영화공간
2003년 개봉된 영화 ‘언더월드’는 두 가지 충격으로 다가왔다.

먼저 ‘상상’의 충격.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인연’의 사슬로 묶어 서로 증오하는 숙명적인 관계로 설정해낸 상상력은 탁월했다. 또 이들을 귀족과 노예라는 계급적 시각으로 풀어냄으로써 이들의 피를 받은 돌연변이 종(마이클)의 탄생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다음은 ‘시각’의 충격. 뱀파이어가 보여 주는 차갑고 날카로운 액션과 늑대인간의 뜨겁고 폭발적인 액션 사이의 온도차가 아찔한 궁합을 보여주었다. 또 흡혈 행위를 일종의 성적(性的) 코드로 이미지화하고, 액션을 잔혹하면서도 우아하게 엮어냄으로써 고딕 스타일의 비주얼을 만들었다.

○ 무자비한 폭력액션의 극단 치달아

이런 굉장한 볼거리와 의미를 가진 영화를 1400만 달러(약 140억 원)에 제작한 효율성과 실험정신은 열광적인 팬을 양산한 또 다른 까닭이었다.

그 후 3년이 지나 속편인 ‘언더월드2: 에볼루션’이 나왔다.

전편에서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뱀파이어 지배자 빅터를 제거한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이클과 함께 그녀는 빅터의 죽음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뱀파이어 왕인 마커스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변종 뱀파이어로 바뀐 마커스는 이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단 한 장면에도 도무지 자비심이란 게 없다는 건 ‘언더월드2’의 큰 매력이다. 전편의 4배가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은 속편은 폭력 미학의 극한까지 도달하려고 한다. 박쥐처럼 날아다니는 마커스는 한층 강한 능력과 잔혹함을 보여 주고, 마커스의 동생인 윌리엄은 살육 본능으로 가득 찬 괴물에 가깝다.

사실, 이 속편에서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는 전편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종족의 기원에까지 이르지만, 이는 폭력에 그럴 듯한 까닭을 제공하기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언더월드2’는 한층 광포해진 캐릭터들을 통해 액션의 강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부터 영화는 균열을 드러낸다. 참혹한 폭력이 반복되지만, 설득력 있는 사연과 달라붙지 못한 비주얼은 어떤 ‘스타일’의 경지에 이르진 못한다. 결국 이야기, 캐릭터, 스타일이 삼각형의 꼭지점을 이루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원인이자 결과가 되었던 전편의 유기적 구성은 느슨해지고, 이유가 사라진 극단의 폭력만이 공허하게 메아리친다.

○ 탐미적 정사 장면은 독창적 이미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연변이 마커스는 강력하지만 ‘지퍼스 크리퍼스 2’에서 날아다니는 식인마 ‘크리퍼’의 비주얼적 아이디어를 넘어서지 못하고, 늑대인간 윌리엄은 ‘반헬싱’의 늑대인간이 가진 사연의 절절함에 못 미친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건 셀린느와 마이클의 정사 장면. 영화는 뱀파이어와 돌연변이종의 만남을 탐미적이면서도 동물적인 시각으로 찍어내면서 둘의 교감을 독창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 영화의 제작 배경에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가계도만큼이나 복잡한 ‘실제’ 가계도가 숨어 있어 흥미롭다. 전편에서 늑대인간(라이칸)의 두목인 루시안 역을 맡았던 마이클 쉰은 셀린느 역을 맡은 베킨세일의 전 남편. 베킨세일은 ‘언더월드’를 찍으면서 알게 된 감독 렌 와이즈만과 2004년 결혼했고, 와이즈만 감독은 아내가 주연하는 속편의 연출도 맡았다. 속편에는 베킨세일의 딸이 어린 시절 셀린느로 등장한다. 23일 개봉. 18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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