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감정은 심장에, 이성은 두뇌에 비유한다. 정이 많은 사람의 가슴은 따뜻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의 심장은 터져 나간다. 이처럼 사랑이란 오랫동안 심장에 국한된 감정이었다. 하트(heart)라는 단어는 그 자체가 심장을 뜻하는 말일 정도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살펴본다면 감정도 이성과 마찬가지로 두뇌가 관장하는 영역의 일부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랑의 하트를 왜 심장이 아닌 뇌에 붙여주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인간의 뇌를 살펴보면, 안쪽부터 호흡과 신체의 신진대사를 관장하는 부위가 있고 그 위를 변연계와 신피질이 덮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가장 안쪽의 뇌가 진화상 가장 먼저 등장했으며 진화가 거듭됨에 따라 나머지 뇌들이 생겨나 차츰 이전 것을 뒤덮고 크게 자라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세 개의 뇌 중 포유동물만이 변연계와 신피질을 모두 갖는다는 것이다. 이들 세 부위는 ‘서로 뒤섞이고 교신하면서 합주를 하는데’ 변연계는 감정과 직관과 사랑을, 신피질은 논리와 이성과 언어를 관장한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큰 부위를 차지하는 것은 신피질이기에 사람들은 종종 인간의 마음을 신피질의 기능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신피질은 변연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진화상 먼저 나타난 선배답게 변연계는 신피질의 이성적 회로를 압도하곤 한다. 우리는 흔히 “너의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능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가.
사랑 역시 변연계의 작용이다. 변연계의 작용 메커니즘은 직관적이고 내재적이어서 논리적 회로로 구성된 신피질의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그토록 오래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목말라 했음에도 정작 사랑의 실체를 설명해 내지 못했던 이유가 된다. 그렇기에 사랑은 기쁨인 동시에 슬픔이고, 그리움인 동시에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혹자는 사랑이란 ‘느끼는 것’이지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지 사랑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해명해 내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이 발생되는 메커니즘을 알아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고 사랑을 더 많이 느끼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변연계가 발달한 고등동물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그중에서도 뇌가 가장 발달한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도 더 많은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행운의 종이다. 그리고 ‘사랑의 진화’는 당신이 그 능력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당신은 혹 오랜 진화를 통해 자연의 어머니가 선물한 사랑의 능력을 썩히고 있지는 않은가. 모 CF에서 다니엘 헤니는 ‘쇼핑은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랑 역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책을 다 보았으면 어서 연인에게 달려가기를….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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