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兆’는 고대 한자에서는 ‘흔적, 조짐’을 나타낸다. ‘흔적’이나 ‘조짐’은 ‘점’과 관련되므로 ‘兆’는 ‘흔적, 징조, 점, 점괘, 점치다’라는 뜻을 모두 갖는다. ‘挑(도)’는 ‘수(손 수)’와 ‘兆’가 합쳐진 자이므로 ‘손으로 흔적을 내는 행위’, 즉 ‘손으로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행위’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挑’에는 ‘긁어내다’라는 의미가 있다. 무엇인가를 긁어내는 행위는 후비는 행위, 도려서 파내는 행위와 비슷하므로 이에는 ‘후비다, 도려서 파내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서 ‘도발하다’라는 의미가 나온다. ‘跳(도)’는 ‘足(발 족)’과 ‘兆’가 합쳐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글자는 ‘발로 흔적을 내는 행위’를 나타낸다. 사람이 힘차게 튀어 오르거나 뛰어오르게 되면 땅에는 발의 흔적이 남게 된다. 따라서 ‘跳’는 ‘도약하다, 튀어 오르다’라는 뜻을 갖는다. ‘逃(도)’는 ‘착(착)’과 ‘兆’가 합쳐진 글자이다. ‘착’은 ‘가다, 달리다’라는 뜻이므로 ‘逃’는 ‘흔적을 내고 가다’, 즉 ‘도망가다’가 된다. ‘桃(도)’는 ‘복숭아’라는 뜻인데, 복숭아에는 가느다란 세로 줄이 있다. 이 세로 줄을 흔적으로 본 것이다. ‘J(도)’는 ‘禾(벼 화)’와 ‘兆’가 합쳐진 글자로서 ‘피’를 뜻한다. 피는 벼의 일종으로 거의 까만 갈색이며 논에서 벼와 함께 자란다. 논에 벼가 패기 시작할 때 피가 생기면 마치 하나의 까만 흔적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조’는 무엇을 나타내는가? 이는 ‘月’과 ‘兆’가 합쳐진 글자이므로 ‘달의 흔적’이라는 뜻이 된다. 그믐달을 보자. 이는 마치 흔적만 남은 달처럼 가늘고 어둡게 보인다. 이것이 그믐달에 대한 한자의 해석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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