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지하 1층 경매장에 모여든 200여 명의 경매 참석자 사이에선 박수와 함께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회사의 100회 기념 특별 경매에서 조선시대의 ‘철화백자운룡문호’(37.6×48.5cm)가 16억2000만 원(이하 수수료 별도)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역대 최고가 작품은 2004년 서울옥션에서 경매된 ‘고려청자 상감매죽조문매병’으로 10억90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개인 소장자가 내놓은 이 철화백자는 왕실에서 사용했음을 상징하는 발톱이 셋 달린 용(삼조룡·三爪龍)을 그린 작품으로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이화여대 박물관에 소장된 백자철화용무늬 항아리(높이 45.8cm·17세기·보물 645호)나 1996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70억 원에 거래된 백자철화운룡문호(높이 48cm)보다 큰 데다, 높은 수준의 회화성과 조형성이 결합된 철화백자란 점에서 경매 전부터 고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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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매에 나온 98개의 품목 중 83번째로 등장한 철화백자의 경매 시작가는 7억 원. 이후 7억5000만 원, 8억 원 등 5000만 원 단위로 경매가격이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10억 원을 넘어섰다. 처음 7, 8명의 응찰자가 나섰으나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장에 직접 나온 2명의 공개 응찰자와 전화 응찰자 등 3명으로 폭이 좁혀졌다. 이때부터 최종 낙찰이 될 때까지 세 명의 응찰자 사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합이 벌어져 지켜보는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였다. 결국 이 철화백자는 16억2000만 원에 전화 응찰자의 차지가 됐다. 낙찰 받은 사람은 사설박물관을 운영하는 개인 수집가로만 알려졌다.
서울옥션 이학준 전무는 “원래 12억 원 내지 13억 원에 낙찰될 것을 예측했는데 공개 응찰자가 많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가격이 훨씬 더 올라갔다”며 “일반적으로 고가 작품을 경매할 경우 입찰자들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데 오늘은 직접 입찰에 나선 분이 많아 경매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는 드라마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수근(1914∼65) 화백의 1960년대 작품 ‘시장의 여인들’(28×22cm)은 9억1000만 원에 낙찰돼 역대 근현대 미술품 경매가격 중 최고를 기록했다. 기존의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30×29cm)으로 9억 원이었다. 서울옥션 측은 “지난번 작품보다 이번 그림이 사이즈는 조금 작지만 작품의 질에 따라 낙찰가격은 더 올라갔다”며 “국내 미술시장의 호당 가격이 무너지는 추세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서울옥션 ‘100회 100선’ 경매의 낙찰률은 78%, 낙찰총액은 83억2000만 원이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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