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기의 패션 리포트]새봄에 어울리는 남성 패션 팁

《거리의 남성들을 지켜보다 보면 “참 무성의하게 입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유행에 상관없이 자신의 개성만으로 꾸몄다고 반박하는 이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말 패션 센스가 없는 차림이다.

이제는 남성들이 자신을 꾸미는 일을 선택의 문제로 여기는 시대는 끝났다. 남성들도 멋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도전해야 한다.

‘메트로섹슈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스타일을 추구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옷차림도 전략’이라는 말도 있듯이 센스 없는 남성으로 보여 비웃음을 사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더구나 요즘 여성들은 터프 가이라고 해도 패션에 관심이 없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 패션에 관심없던 남성, 애는 쓰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남성을 위해 2006년 봄에 어울리는 ‘패션 팁’을 소개한다.》

○ 젠틀맨-슬림 블랙 슈트와 화이트 셔츠

슈트를 입은 남성의 모습은 근사하다. 잘 재단된 슈트 속에서 눈부실 만큼 하얗고 깨끗하게 다림질된 드레스셔츠, 감각적으로 매치된 넥타이와 구두까지. 단순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남성미를 뿜어내는 게 슈트다.

이번 봄에는 경쾌한 줄무늬 슈트보다 전통적인 젠틀맨의 이미지를 담은 단색 슈트가 강세다.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말쑥한 슈트다. 슈트 상의의 깃(라펠) 부분에 포인트를 주어 광택 소재를 덧대거나 아래 깃이 날렵하게 위로 치솟은 모양의 슬림 블랙 슈트에 화이트 셔츠로 ‘블랙 앤드 화이트’ 룩을 연출해 보자.

더 효율적인 아이템은 하나로 여러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콤비 재킷을 선택하는 것. 줄무늬 네이비 컬러의 재킷이나 살짝 광택이 감도는 베이지 톤의 실켓 재킷, 포인트가 될 만한 블루와 핑크 등 원색의 컬러 재킷까지 다양하게 선택하면 슈트 한 벌보다 더 실용적이다.

트렌치코트도 젠틀맨이라면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될 아이템이다. 많은 남성복 디자이너가 화이트와 아이보리, 샌드 베이지, 라이트 블루처럼 밝은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메인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 로큰롤 스타처럼-프린트 티셔츠에 빈티지 진

밀라노와 파리의 2006 봄여름 컬렉션 무대는 로큰롤 콘서트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모델들이 당장이라도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휘저을 것 같았다. 패션과 음악의 뗄 수 없는 관계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950년대의 로큰롤과 1970년대의 펑크록의 영향을 받은 스타일이 새로운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1950년대 로큰롤의 광풍을 주도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의상을 기억하는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슬림 블랙 팬츠와 셔츠, 체크 패턴의 재킷을 매치한 프레슬리가 무대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여성 팬이 환호했던 그 장면. 척 베리의 독특한 디테일의 셔츠와 재킷, 슬림 팬츠와 싱글 스리 버튼 슈트에 검은 뿔테를 매치한 버디 할리까지 록스타들의 감성을 떠올려 보자.

그러나 그 스타일을 그대로 좇는 것은 난센스. 로큰롤 스타들의 의상이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당시와 똑같은 형태는 아니다. 이번에는 모즈 룩(비틀스가 유행시킨 통 좁은 슈트)을 살짝 가미해 몸에 꼭 붙는 스타일을 기본으로 빈티지 진과 가죽 아이템이 풍성해졌다. 일명 ‘볼링 재킷’이라 불리는 블루종(짧은 잠바 스타일)과 셔츠는 컬러와 소재, 패턴이 다양해졌다.

가죽 블루종에 그래픽 패턴의 셔츠 혹은 독특한 그림이나 문장이 있는 티셔츠를 입고 빈티지 진에 체인 벨트를 늘어뜨리는 스타일. 단색 셔츠에 폭 좁은 단색 넥타이를 매고 패턴이 있는 싱글 재킷에 영화배우 강동원이 자주 입고 나오는 달라붙는 팬츠를 매치하는 스타일. 이것이 펑크룩의 모범이다.

○ 리조트 패션-남성들의 각선미도 필수

또 다른 유행 코드는 ‘리조트 웨어’다. 여가 생활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고급스러운 멋과 여유를 연상시키는 리조트 웨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중해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풍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리조트 아이템은 깔끔한 배색과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라인이 기본이다. 휴가철뿐만 아니라 매일 입는 의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멋스럽다.

줄무늬 패턴의 티셔츠와 네이비 혹은 화이트의 더블 재킷, 화이트 컬러의 쇼트 팬츠는 우아한 머린 룩을 완성해 준다. 특히 쇼트 팬츠가 리조트 웨어로 급부상하고 있으므로 이젠 남성들의 각선미도 필수일 듯하다.

베이지나 골드 컬러의 사파리 재킷과 주머니가 달린 저지(신축성 있는 메리야스 직물) 셔츠, 리넨 팬츠는 부유한 모험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린팅이 돋보이는 헐렁한 민소매 톱과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꽃무늬 셔츠, 밑단을 접어 올린 롤업 팬츠만 있다면 ‘캘리포니아 보이’ 스타일도 연출할 수 있다. 꽃무늬는 잔잔하지 않고 크고 화려한 것이 트렌드이므로 과감하게 도전해 보라.

○ 남성 액세서리-슬림 넥타이와 뿔테 안경

트렌드가 쉴 새 없이 바뀌는 가운데 패셔니스타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액세서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을 부각시키는 데는 옷보다 소품을 활용하는 것이 더 쉽다. 남자라고 해서 액세서리 없이 시계만 차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촌스럽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날이 갈수록 남성용 액세서리가 부각되고 그 스타일도 과감해지고 있다. 넥타이는 폭이 좁은 것이 대세다. 셔츠의 단추 라인을 간신히 덮을 정도의 슬림한 타이는 훨씬 세련돼 보인다.

여행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일 만큼 커다란 오버사이즈 백의 유행은 남성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라운과 베이지, ‘화이트의 가죽 가방은 클래식한 슈트나 세미 캐주얼 스타일에 어울리며 화려한 원색 컬러에 꽃무늬, 줄무늬 등의 패턴이 더해진 가방은 리조트 웨어에 매치하면 멋스러운 스타일링이 된다.

당분간 뿔테 안경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디자인에 따라 뿔테 안경은 지적인 이미지 혹은 유머러스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슈트에 정직하게 쓴 금속 안경테로 ‘깐깐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다면, 캐주얼 스타일링에 브라운 뿔테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하거나 펑크록 느낌의 의상에 원색 뿔테를 더해 감각을 드러내 보자. 당신을 새롭게 볼 것이다.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intrend07@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