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터넷판은 최근 ‘자기소개서를 망치는 25가지 단어들’에서 피해야 할 표현과 단어를 소개했다.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의 저자 스콧 베넷 씨는 이 기사에서 ‘적극적인’ ‘믿을 만한’ 등 추상적인 표현을 버리고 간명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어떤 표현을 피해야 할까. 미국과는 어떤 점이 같거나 다를까. 잡코리아의 황선길 본부장, 인크루트의 서미영 상무, 취업컨설팅업체 ‘스카우트’의 조형래 책임 컨설턴트, 연세대 취업정보실의 김준성 취업담당관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구체적인 사례로 호소하라
CNN이 자기소개서를 망치는 단어로 지적한 것은 대부분 형용사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나무랄 데 없다는 투의 형용사들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조 컨설턴트는 “언뜻 듣기에 좋아 보이나 입증할 방법이 없는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어떤’ 인재란 점을 보여 주고 싶으면 형용사보다 그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를 적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꼼꼼하고 의욕적인’ 면을 부각하려면 “경제 수학에 약했으나 다양한 관련 수업 및 스터디를 통해 극복했다”고 구체적으로 사례를 보여 줘야 한다.
김 취업담당관은 “CNN이 지적한 단어들은 사실만 뒷받침된다면 어느 기업이나 반기는 인재상”이라며 “화려한 언어 구사에 치중해 상투적이고 모호한 인상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 한국에서도 조심해야 할 표현이 있다. ‘야망있는’은 건방지고 욕심 많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능력 있는’이나 ‘지식 있는’은 잘난 체하는 것처럼 보인다. ‘믿을 만한’은 감성에 호소하는 느낌을 주며 조직 생활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독립적인’이란 표현도 피하는 게 좋다.
황 본부장은 “한국인은 원래 ‘의욕적인(motivated)’ ‘성공적인(sucessful)’ 등의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면서 “CNN 기사는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수치나 경험을 명료한 문장으로 보여 줘야 신뢰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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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치지 않는 패기를 보여 주라
한국 기업들은 능력이 있더라도 팀워크를 해칠 것 같은 구직자는 피하는 정서가 있다. 이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 균형 있고 중도 성향을 가진 이들이 유리하다.
김 취업담당관은 ‘지나치게’ ‘매우’ ‘굉장히’ 등의 단어를 쓰지 말라고 충고했다. 특정 일에만 집착하는 외골수처럼 보이거나 과장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굳이 쓰고 싶다면 ‘꽤’나 ‘웬만큼’ 정도로 표현하는 게 낫다.
부모나 청소년 시절과 관련된 단어를 늘어놓는 것도 좋지 않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라거나 ‘어린 시절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보이고 ‘우등생’ ‘반장’ 등은 구태의연하다.
예의를 갖춘다고 수동적이거나 성실 만을 강조하는 단어도 피해야 한다. ‘비록 …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믿어 주신다면’ ‘뽑아만 주신다면’ ‘…할지도 모릅니다’ 등은 우유부단한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패기도 없어 보인다.
지나친 인터넷 용어나 보정 사진도 금물. 인터넷 업계에 지원한다 해도 취업 여부를 결정하는 윗사람들은 10, 20대가 쓰는 인터넷 용어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맞춤법에 어긋나는 채팅 용어나 그림말(이모티콘)은 쓰지 말 것. 실물과 다른 사진은 서류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면접에서 커다란 감점 요인이다.
다만 업종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쓰면 점수를 딸 수 있는 단어들도 있다. 서 상무는 “마케팅 분야라면 ‘포지셔닝’ ‘시장 세분화’ 등 전문 용어를 쓰거나 회계 업무에는 업무 진행 룰에 익숙해 보이는 ‘승인’ ‘계획’ 등을 쓰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좋은 자기소개서는 기업이 채용하려는 포지션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왜 그러한지를 구체적인 논리로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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