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정 교무=동양의 종교인으로서 그동안 서양에 대해 막연한 우월감을 갖고 있었는데 막상 유럽의 아름다운 성당 건축물과 잘 보존된 성지들을 보면서 찬탄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성마리코오르 수녀=내가 믿는 종교 밖에도 하느님이 계시는 것을 알게 됐다. 어디에서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다면 타 종교인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인신 교무=순례는 그리움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내가 깨어날 것 같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순례였다. 순례 후 내 마음은 훨씬 더 풍요로워지고 맑아졌다.
▽혜성 스님=나는 개신교 신자였다가 대학 4학년 때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출가했다. 어릴 때부터 기원했던 예루살렘 성지를 불교의 수도자로 방문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에서 예수님이 이 땅에서 당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 불교성지에서는 내 안의 무거운 마음을 버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김홍인 교무=대종사님, 부처님, 예수님 말씀의 뜻이 결국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가난을 실천하는 삶에 주력하고 싶다.
▽공마리아 수녀=성지 순례의 여정은 자신을 회개하는 것이었다. 이번 순례 길에 나서기 전에 다른 종교인의 흉내를 내지 않고 그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래서인지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해도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예수님이 사형 선고를 받았던 예루살렘의 빌라도 재판정 건물에서 예수님 석상을 봤을 때 너무나 마음이 절절해 통곡이 나오더라. 인도 불교성지에서 부처님이 처음 깨달음을 얻었다는 마하보디 대탑을 돌 때 스님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하 스님=수행자는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남에게는 너그럽고 따뜻한 미소를 지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이엘리자베스 수녀=타 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았다.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잘못이 있으면 자신의 탓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앞으로는 삼소회의 틀을 뛰어넘어 우리가 이해하고 느낀 것을 신자들에게도 전했으면 좋겠다.
▽김효철 교무=예루살렘의 장벽이 높게 쳐진 것을 보고 성자들의 가르침은 이게 아닐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우리 모두 종교의 교리보다는 가르침의 본연으로 돌아가 삶 속에서 이를 실천해야겠다. 자신의 소임이 있는 곳이 성지이고, 거기서 수행하는 것이 곧 순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재 스님=수녀님이 되길 원했다가 스님이 됐다. 삼소회에서 종교 간 화합의 희망도 보고 실망도 맛봤다. 나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우물 안에서 벗어나 큰 바다로 나아가는 순례의 길이 됐으면 한다.
▽최형일 교무=부족한 점도 있지만 우리가 못자리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종교인 간의 화합의 못자리, 세계 평화의 못자리를 만들었다고 본다.
▽곽베아타 수녀=작은 갈등이 있다면 우리의 믿음으로 해결하면 된다. 우리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내려 하지 말고 조금씩 계속해 나가는 게 좋겠다.
▽김지정 교무=이번 순례가 종교 화합을 꿈꾸는 사람들의 실험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하루 7000번 파도가 쳐 정화된다. 삼소회가 종교 간의 울을 녹이는 역할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번 순례는 그 첫걸음이다.
▽본각 스님=기독교와 불교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앞으로 우리 불교문화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에 주력하고 싶다.
▽진명 스님=순례하면서 서로 타 종교를 너무 모른다는 점도 깨달았다. 서울로 돌아가 서로의 경전을 공부하고 온라인상에서라도 자주 만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넓혀 나가자. 여러분과 함께한 성지 순례는 행복했다.
로마=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