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유관순賞에 이인복 나자렛성가원장

  • 입력 2006년 3월 1일 03시 04분


유관순상을 받게 된 이인복 나자렛성가원 원장은 28일 “성매매의 질곡에 빠진 여성을 건져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유관순상을 받게 된 이인복 나자렛성가원 원장은 28일 “성매매의 질곡에 빠진 여성을 건져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옥 기자
유관순상위원회(위원장 심대평·沈大平 충남도지사)는 제5회 ‘유관순상’ 수상자로 46년간 성매매 피해 여성의 권익 증진에 힘쓴 이인복(李仁福·69) 나자렛성가원 원장을 선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또 학교생활과 사회봉사에서 모범을 보인 고교 1학년 여학생에게 주는 ‘유관순횃불상’ 수상자로 조혜진(17·부산 신도고) 임수진(17·서울 이화여고) 이윤경(17·부산 부산동여고) 유진주(17·충남 복자여고) 신효선(16·경기 수원여고) 이연경(17·서울 예일여고) 최정민(17·대구 덕원고) 양 등 7명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31일 오후 2시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리며 유관순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 원, 횃불상 수상자에겐 각각 1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유관순상은 유 열사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남도와 이화여고, 동아일보가 2001년 공동 제정했다. 지금까지 조수옥(趙壽玉) 인애원장, 윤정옥(尹貞玉)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지도위원, 전숙희(田淑禧) 한국현대문학관 이사장, 이효재(李효再) 경신사회복지연구소장 등이 유관순상을 수상했다.

▼쉼터 건립 이인복씨 “성매매 여성 재활위해 46년 헌신”▼

“나눔은 선택이 아닌 생명을 가진 자의 의무입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나자렛성가원 이인복 원장은 제5회 유관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유관순 열사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원장은 1960년부터 46년 동안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머니와 다섯 여동생을 데리고 현재 인천 부평구에 있는 사창가 근처로 은신했다. 아버지와 오빠들이 납북당한 뒤 벌어진 사회적 이념갈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원장은 이곳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힘겨운 삶을 봤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성매매 여성에게 천주교 교리를 가르치며 이들을 선도하는 데 힘썼다.

그는 1980년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 월급 대부분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쉼터인 나자렛성가원을 운영하기 위해 썼다. 2002년 교수직을 은퇴하면서 퇴직금과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새로운 쉼터 건물을 세우는 데 바쳤다.

이 원장이 네 딸의 혼수를 전혀 장만해 주지 않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는 “일일이 사돈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혼수 대신 나자렛성가원에 기부해 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남편인 심재기(沈在箕)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퇴직금도 성가원 운영비로 쓰였다.

요즘에도 매일 성당과 대학, 주부학교 등을 다니며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는 강의를 하는 것이 그의 일과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성매매 1등 국가, 낙태 1등 국가, 자살 1등 국가”라며 “생명 경시 풍조가 지나치게 만연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의 질곡에 빠진 이들을 건져 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성매매 종사 여성은 현대판 노예이고 성 구매 남성은 무절제한 정욕의 악에 억압당하는 영적 질환자”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을 전하며 “이들을 비생명·비윤리·비인권적 환경에서 구출하는 일이 일제의 억압에서 민족을 구출한 유관순 열사의 뒤를 잇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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