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책 20선]<10>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남자가 아끼는 물건, 그중에서도 꽤 값나가는 물건을 일부러 부수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 남자가 화부터 낸다면 헤어지는 것이 좋다. 큰 소리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면 당신에게 달려와 제일 먼저 해야 할 말은 이 말이다. “어디 다친 데 없어?” 이 말을 하지 않는 남자라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 좋다.-본문 중에서》

좋은 짝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 모든 부모의 바람이고 모든 자식의 바람이다. 예비 연인들은 절실하다. 좋은 짝, 좋은 연인, 좋은 배필은 어디 있을까.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은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라며 남자로서 천기누설을 하면서 정작 ‘저런 남자를 꼭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잘 피하는 것이 잘 만나는 것이라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여성들을 향한 발언이므로,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좋은 남자, 나쁜 남자 구별법이다. 좋은 남자를 만나는 법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외려 나쁜 남자에게 쉽게 빠진다. 왜 그럴까.

많이 배우고 익혀서 다들 똑똑해지고 정보와 지식의 바다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원시적이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욕망의 구조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은 짝 만나서 행복하게 살라고만 하지,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행복인지는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업’을 거는 ‘꾼’들은 이런 모순의 틈새를 거의 동물적 본능으로 파고들기 마련이다. 나쁜 남자에게 빠져들 가능성은 이미 여성들 자신이 안고 있다는, 끔찍한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 이상건 씨가 공동 저자로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자들의 무기는 아름다움이요, 남자들의 무기는 경제력이니까. 부계사회의 출발부터 21세기까지 변함없이 적용되는 원시적이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성별 무기 효용론’이다.

그래서 꾼들은 지하 셋방에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비싼 곳만 찾아다니며 식사를 하고, 속옷은 너절한데 겉옷은 명품이다. 부잣집 아들 행세를 하거나 고가의 선물 공세를 하고 대여섯 개의 명함으로 지위를 자랑한다. 그들은 대개 입만 살아서 ‘너 없이는 못 산다’고 하고, 외모 따위는 따지지 않는다고 하며, 금세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나랏일에 대해선 우국지사처럼 흥분한다.

그런 남자에게 넘어갈 ‘골 빈’ 여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막상 자신 앞에 이런 남자가 나타나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너무도 역사가 깊은, 무기의 사회적 효용론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에겐 코치를 잘해 주던 사람도 자신의 일이 되면 방어를 못한다.

욕망에 대한 인류 문화사적 또는 사회 경제적 분석과 통찰이 전제되지 않고는 ‘좋은’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자기 기준의 발견은 요원하며, 여전히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기준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이것이 ‘나쁜’ 남자를 만나 ‘불행’하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 이런 얘기들을 저자는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가며 솔직하고 통쾌한 방식으로 풀어 나가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일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반영하는 훌륭한 문학작품으로도 읽힌다.

이 책을 남자들이 읽으면 ‘정말로 괜찮은 남자 되는 법’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남자들은 기분이 나빠지거나 좋아질 것이다. 다 읽고서 필자는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여러분은 어떨지….

구효서 소설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