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韓-日청춘들이 겪는 ‘특별한 어느날’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9분


영화 ‘눈부신 하루’는 한국과 일본의 청춘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관계를 ‘정치적’ 의미가 아닌 ‘일상적’ 의미로 돌아봤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다. 지난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이 작품은 30분짜리 단편 세 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주제는 모두 다르지만, ‘어느 날 하루’ 일어난 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일 젊은이들의 단상이 완성도 높은 화면에 조명되어 있다.

1편 ‘보물섬’은 제주도에 온 두 일본인 처녀가 주인공. 할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제주도 한림의 보물상자’를 찾으러 온 미에와 친구 에이코의 하루 여정을 담았다. 한국과 일본, 재일동포의 시선까지 군더더기 없는 줄거리에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환전 사기꾼에게 돈을 몽땅 털린 두 사람은 거리에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를 돌아다니다 오토바이의 주인이라 자처한 고등학생들에게 험한 꼴을 당한다.

2편 ‘엄마 찾아 삼만리’는 돈 벌러 일본에 간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노트북 사기 판매로 돈을 모으는 문제아 고교생의 성장통을 그렸다. 엄마의 부재와 함께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학교생활에 지친 주인공에게 한국은 단지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다.

반면 일본은 단지 엄마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때문에라도 가보고 싶은 이상형의 나라다. 이 작품에는 일본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 세 단편 중 가장 덤덤하고 무신경하게 한일 관계를 다루고 있다.

3편 ‘공항남녀’는 인천공항에서 마주친 한국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의 만남을 통해 ‘인간적 소통’을 그렸다. 일본의 관광 가이드 잡지에서 일하는 이시다는 비행기를 놓치고 우연히 공항 서점에서 일하는 20대 한국 처녀와 만난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인천공항에서의 낭만적이면서도 잔잔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 씨네코아에서 상영 중. 15세 이상 관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