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패션 코리아’ 뉴욕이 반했다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46분


패션 의류업체 ㈜오브제 공동 대표인 강진영(오른쪽) 윤한희 부부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2006 가을 겨울 뉴욕컬렉션’에 선보일 모델 및 의상을 살피고 있다. 이 컬렉션에서 이들 부부가 선보인 Y&Kei는 현지 언론과 바이어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 오브제
패션 의류업체 ㈜오브제 공동 대표인 강진영(오른쪽) 윤한희 부부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2006 가을 겨울 뉴욕컬렉션’에 선보일 모델 및 의상을 살피고 있다. 이 컬렉션에서 이들 부부가 선보인 Y&Kei는 현지 언론과 바이어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 오브제
“패션 비즈니스의 ‘정글’ 미국 뉴욕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패션 명가(名家)’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43세 동갑내기인 강진영 윤한희 부부는 패션 의류업체 ㈜오브제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디자이너다.

이들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06 가을겨울 뉴욕컬렉션’에 ‘Y&Kei’ 브랜드로 참가했다. Y&Kei는 이들 부부의 영문 이니셜을 딴 브랜드로 2002년부터 뉴욕 컬렉션에 9번 연속 진출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강 씨 부부는 ‘경영 감각이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꼽힌다. 고급 브랜드 시장에 안주하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달리 ‘오브제’ 등 대중성 있는 브랜드를 발판으로 회사를 지난해 900억 원대 매출의 코스닥 상장업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 신인상’ 받아

2001년 9월 초 강 씨 부부는 ‘웬 뉴욕이냐’는 냉소를 뒤로 한 채 고가(高價) 브랜드 Y&Kei를 들고 뉴욕에 진출했다.

뉴욕 컬렉션 하루 전인 9월 11일. 이들 부부의 뉴욕 진출 꿈은 ‘9·11테러’로 한 순간에 날아갔다.

“창밖을 보니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있었어요. 결국 고물 트럭 한 대 빌려 뉴저지로 피난을 갔죠.”

그러나 강 씨 부부는 다음해 2월 뉴욕 컬렉션에 다시 도전한다. 뉴욕 컬렉션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모여 각자가 구상한 패션 트렌드를 처음 선보이는 무대로 파리, 밀라노와 함께 세계 3대 컬렉션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캘빈클라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100여 명과 당당히 겨뤘다.

보그, WWD 등 현지의 패션 전문지들은 강 씨 부부의 신선한 감각을 격찬하는 글을 실었고 바니스, 버그도프굿맨 등 고급 백화점에서는 판매 제의가 쏟아졌다.

뉴욕 진출 1년 만인 2003년에는 미국의 패션단체 ‘패션그룹인터내셔널’이 주는 ‘올해의 미국 신인상’을 받았다.

윤 씨가 2004년 뉴욕에 소개한 ‘Hanii Y’는 귀네스 팰트로, 니콜 리치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일본 도쿄(東京) 이세탄(伊勢田)백화점에도 입성했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가 경쟁력

강 씨 부부는 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 82학번 동기다. 어학실습실 자리 번호가 나란히 붙어 있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고 한다.

평소 의상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강 씨는 “졸업 후 ‘함께 패션 공부하자’고 아내를 설득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갔다”고 말했다.

1993년. 젊은 부부 디자이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브제’란 옷가게를 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갤러리아, 롯데 등 백화점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는 등 옷 장사는 대성공이었다.

강 씨 부부는 1994년 ‘오브제’로 법인 전환하고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성공 신화(神話)’의 비결을 물었다.

“서양과 동양, 남자와 여자, 감성과 이성의 만남이 오브제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더군요.”(윤 씨)

이들은 서로를 ‘솔메이트(soul mate)’라고 부른다. ‘영혼의 짝’이라는 뜻이다.

주변 친구들은 이들을 ‘견제와 균형 커플’이라 부른다고 한다.

감성적인 남편과 현실적인 아내, 디자이너와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간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Y&Kei, Hanii Y 등에 힘을 쏟으면서도 ‘클럽모나코’ 등 해외브랜드도 수입해 팔고 있다. 한국의 명품(名品)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려면 그전에 탄탄한 수익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이들 부부의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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